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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경마팬의 응원 속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마 ‘심장의고동’이 마지막 경주를 치렀다. 경주 성적은 11두 중 8위에 머물렀지만, 이날의 진짜 의미는 숫자에 있지 않았다. 3세에서 5세의 젊은 경주마들이 주로 출전한 경주에서 홀로 8세의 나이로 선전을 펼친 ‘심장의고동’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었다.
2019년 1월 데뷔전을 시작으로 49번의 경주, 세 차례의 대상경주 우승, 두바이 원정이라는 이력까지 쌓아 올린 그는 경주마 이상의 존재였다. 수많은 도전 앞에서도 주저함이 없던 ‘심장의고동’은 이제 태어난 곳, 제주도로 돌아가 씨수마로서의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심장의고동’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그의 부마(父馬)인 ‘지금이순간’이다. 경마 팬들 사이에서는 한 세대 더 거슬러 올라 ‘인그란디어’까지 이야기된다. 일본 샤다이팜 출신으로, 한국에서 종마로 활동했던 ‘인그란디어’는 ‘지금이순간’과 ‘강성대국’, ‘코스모스킹’ 등 뛰어난 자마들을 배출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인그란디어’의 중장거리 능력은 손자 ‘심장의고동’까지 이어졌다. ‘심장의고동’은 아버지,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중장거리 경주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심장의고동’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전은 두바이 원정이었다. 2022년 2월, 문세영 기수와 함께 두바이로 향한 그는 높은 부담 중량과 생애 첫 해외 원정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맞섰다. 함께 출전했던 경주마 중 최고령이었음에도 중위권 성적을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원정에 나섰다면 조부 ‘인그란디어’처럼 세계적 무대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심장의고동’과 망아지 시절부터 함께했던 지민규 팀장은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평소엔 차분하고 순했지만, 경주에 나설 때는 투지가 느껴지던 말이었어요. 8세 초중반까지도 힘과 기량이 대단했던 말이었습니다.”
특히 2019년 4월 20일의 3경주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갓 데뷔한 신예 경주마였음에도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지만, ‘사행(Lug in/out)’ 문제로 주행 심사를 다시 받아야 했던 일화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안더비에서 2위를 차지하며 강행군을 묵묵히 소화한 ‘심장의고동’은 탁월한 정신력을 지닌 경주마로 인정받았다.
그의 경주 인생의 정점은 2021년 대통령배였다. 당시 문세영 기수는 발가락 골절로 기승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지용철 조교사팀과의 협력 끝에 기승을 약속받았고, 팀의 노력은 대통령배 우승이라는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
오종환 마주는 그의 탄생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 태어나자마자 심장소리가 무척 컸어요. 아가인데도 심장소리가 매우 크게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을 ‘심장의고동’이라고 지었습니다. 오랜 기간 말을 사랑하셨던 부모님께도 큰 기쁨을 드린 말이에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화려한 은퇴식 대신, ‘심장의고동’은 지난 12월 마지막 경주를 조용히 마무리했다. 비록 공식 은퇴식은 없었지만, 그가 코리아호스랜드 목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많은 팬들의 응원과 박수로 가득했다. 이 목장은 오종환 마주가 운영하는 곳이자, ‘심장의고동’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기도 하다.
경마팬들은 경주마로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씨수말로서의 새로운 출발과 앞으로 태어날 자마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심장의고동’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그의 피를 물려받은 자마들이 트랙 위에 등장할 날을,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