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아침 뉴스를 접하며 2005년 첫 경마일 경마공원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팬들의 움츠린 어깨도 아니고, KRA 직원들의 새해맞이 인사도 아닌 자전거를 탄 한 남자였다.
경륜선수들이나 입을 법한, 다소 민망스런 유니폼을 착용한 그는 자전거에 올라 요란한 호각소리를 내뿜으며 경마공원 입구부터 마사지역 로터리 부근까지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경마로 패가망신한 모양인지 주말만 되면 저러고 다닌다’는 청원경찰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그가 ‘1인 시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정신 나간 짓’ 쯤으로 접어두기엔 우리 경마의 극단적인 뒷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2005년은 한국 경마산업에 있어 전환기다.  
부산경남경마장이 6년 만에 개장하고, 아시아경마연맹 총회도 25년 만에 다시 개최하게 돼 이래저래 겹경사를 맞은 해다.
지방경마장을 무사히 개장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하고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한국경마의 장점, 우수성, 발전 정도를 홍보함으로써 세계 무대에 화려한 신고식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헌데, 4월 29일로 개장 일정이 공시된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세부 일정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아직까지도 레저세 감면 문제가 해당 지자체와 합의되지 못했다는데 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에야 이런 논의를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세계 경마계가 한국경마산업의 잠재적 가치로 평가했던 성장률이 한계를 드러내 현저히 꺾이는 추세라는 것도 악재다.
그런 가운데 경마가 여전히 일반 국민의 인식 속에 도박으로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현실은 한국경마산업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즉 2005년은 국내외 경마산업의 환경과 우리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의 어려움을 한 방에 타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혹은 침체 나락에 더더욱 빠져들 수도 있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환점인 것이다.

한계를 드러낸 한국경마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경마라는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고,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며, 소신을 펼치는 것이다.
본질에 충실한 상품을 내놓고, 원칙을 내세워 공정한 경마를 시행하며, 소신껏 국민 속에 다가갈 수 있을 때, 그때라야 비로소 경마에 새얼굴이 입혀지게 되며 그래야만 한계에 부닥친 것 같은 우리 경마산업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경마이미지 개선이야말로 우리 경마의 성장동력인 셈이다.
그런데 사람이든 회사든 한 번 구겨진 이미지는 되살리기가 곱절은 힘들다는 게 문제다.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해도 편견의 대상이 되면 더 손가락질 받고 더 튀기 마련이다. 애써 호의를 베풀어도 순수한 의도는 뒷전이고 불순한 ‘그 무엇’으로 오해 받기 십상이다.
그만큼 경마이미지 개선은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마사회 임직원들이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연일 언론에 홍보한다고 될 것도 아닐뿐더러, 선량한 경마팬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경마의 우수성, 장점을 설파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시행처 직원, 경주마 생산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원칙을 지키며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정답이다.  

낯선 자리에서 가끔 경마 얘길 꺼낼 때가 있다. 경마를 해본 사람이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든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경마에 대한 부정’이며 ‘거부감’이다. 경마를 하면 모두 도박 중독에 걸리는 줄 착각하고, 아직도 마사회가 경주를 조작해 검은 돈을 정치자금으로 상납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경마는 건전 레저며, 마사회의 수익금은 대부분 불우이웃이나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쓰인다고 한들 와 닿을 리 없다.
지방경마장 개장도 잘 해야하고, 아시아경마연맹 총회도 성공리에 개최하길 간절히 바라지만 경마에 대한 국민들의 손가락질이 수그러드는 그 원년이 되길, 2005년의 서두에서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