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마문화신문은 큰 실수를 할 뻔했다. 수록된 정보 중 한 주 전 내용이 담당자의 실수로 잘못 기재되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독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던 지면이라 무심코 저지른 실수였지만 큰 타격으로 돌아올 것은 자명한 터였다.

1차 인쇄분을 유통처로 발송한 뒤 오류를 발견한 시간은 목요일 밤 11시. 경마문화 전 임직원은 재발행을 결정하고 이미 유통된 오류분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2차 인쇄가 마감된 시간이 새벽 3시쯤이니 정상적인 유통은 기대할 수 없었고 본사는 잘못 인쇄된 것을 파기하는데 따른 비용과 재발행하는데 투입된 비용, 그리고 정상 유통되지 못한 데 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오류본을 수거하느라 했지만 이미 유통된 것 중 일부는 어쩔 수가 없어 교환 공지했음에도 경마일 간간이 잘못 인쇄된 것이 눈에 띌 때면 그 자리에서 직접 독자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누구의 실수였든 그것은 분명 경마문화와 그 종사자들의 책임인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어느 분야든 각 구성원은 물론 회사 혹은 단체의 투절한 책임의식, 주인의식이 있어야 결국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는다. 또 상품을 제조하는 자와 구매하는 자의 위치도 새삼 실감한다.

수습기자 신분이었을 때의 일이다. 한 독자가 “왜 그렇게 예상이 안 맞느냐”며 항의 전화를 해왔다. “그러면 잘 맞는 다른 책 보라”며 전화를 툭 끊었던 기억이 난다. 경마예상이 기자의 본분이 아니었다하더라도 상품을 제조해 내는 한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태도는 빵점 짜리다. ‘내 회사’라는 주인의식이 없었기에, ‘고객이 왕’이라는 그 흔한 구호조차 와 닿지 않았기에 그랬던 모양이다.

경쟁의 시대에선 고객이 그야말로 주인이고 왕이다. 내 물건에 관심을 보이고 사 주는 사람이 제일인 것이다.

경마산업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구성원이 있지만 이들 모두에게 철저한 주인의식이 없다면 이미 그 상품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한국경마 앞에는 내리막 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입상을 하지 못한 마필이 있다면 이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조교사와 마방관계자, 그리고 제대로 타 주지 못한 기수 모두의 탓이고 책임이다. 또 그러한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마권을 추천한 예상가나 그 마권을 구매한 팬 모두의 과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마장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한 전문가는 승부회피까지 미리 간파하지 못한 것도 결국은 ‘내 탓’이라고 한다. 말이 엉망이었다느니, 승부의지가 없었다느니 남 탓을 하기 전에 왜 그걸 알아채지 못했나 자신의 게으름과 자신의 무딘 감각을 탓하고 반성하는 게 속편하다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탓이오’ 할 줄 아는 책임감과 용기다. 각자의 영역에서 한 발짝씩만 더 내딛는다면 실수나 무성의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러다 보면 더 나은 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경마 매출액이 2000년 이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우수한 마필을 도입하고 생산해 양질의 경마를 시행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경마, 세계 속의 한국 경마를 만들겠다는 힘 찬 포부는 온데간데없고 구차하게 매출을 늘리는 땜질식 처방만 고안되는 모양새가 영 보기 싫다. 매출이 줄면 경마상금이 축소돼 경주마의 수준은 떨어지고 그 종사자들의 임금도 깎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부정한 방법에 유혹을 느끼는 조교사, 기수가 늘 개연성이 높고 경마의 공정성 확보는 더 멀어질 것이다. 경마의 부정적 속성이 부각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마사회만의 문제라고 접어둘 게 아니라 더 나은 상품을 더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해 합심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 탓을 하기 앞서 내 탓 먼저 하는 성숙한 의식이 절실한 때다.

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피해의식으로 경마 자체와 그 종사자들을 싸잡아 매도하기보다는 내가 즐기고 내가 아끼는 경마니 더 잘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발전을 위해 질책할 줄 아는 문화가 훨씬 이롭다.

밖에서 던지는 돌은 마사회만 맞는 게 아니라 결국은 우리 모두에게 되돌려지는 것 아니겠는가.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