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폭설과 경주로 결빙으로 연이어 전 경주가 취소됐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 경마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맞았다.
한 경주 90억원, 일일 7백억원, 연간 5조원 매출액 돌파를 달성하며 외형적인 면에서 한국경마는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낸 것으로 자부할 수 있다.
경마시행적인 측면에서는 국산마 생산 확대 정책이 드디어 결실을 맺으며 한국판 3관경주의 기틀을 마침내 완성했고, 내년도 경마의 수준을 좌우할 국산2세마 자원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새롭게 시작된 경마생중계와 실시간 베당률 제공, 확대된 전화베팅제도 등은 경마팬의 편의를 한층 도왔으며, 진로변경금지제 시행과 여성 기수 등장, 김동균 기수의 마카오 우승 등도 경마공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경마지방화 시대를 알리는 부산경남제2경마장 기공식도 있었고, 골칫거리였던 경주경마장 문제와 제2육성목장 건설 문제가 비교적 무난히 마무리됐으며 서울경마공원의 제2관람대도 어느덧 그 위용을 드러내 내년 봄이면 개장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물론 이처럼 밝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경마상금협상 난항에 따른 경마시행중단에의 위기감이 고조됐고, 원활치 못한 경주마 수급으로 경주 편성의 불균형이 초래되기도 했다. 또한 국산마 경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산되는 사태를 겪으며 여전히 제도 시행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정부지침에 의거해 상당수의 마사회 직원들이 명예·희망 퇴직했으며, 경마상금도 지난 9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실패, 많은 경마관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하나로 합심해 선진경마문화를 이끌어가야 할 경마단체들이 여전히 제각각 목소리를 내며 경마시행 환경을 위태롭게 만든 점은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즉, 외형적으로 드러난 눈부신 결실에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오늘로 이제 2001년 경마도 막을 내린다. 경마일 95일간 모두가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인위적인 경마중단을 겪으며 반성의 시간을 보냈던 모든 경마관계자가 만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노력의 결실이 있었는지 한번쯤 되짚어 볼 때인 것이다.
경쟁산업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이만큼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경마관계자들의 숨은 노고와 경마팬의 식지 않은 애정이 있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한국 경마는 한 단계 성숙해야 하는 시점에 달했다.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경마단체가 하나로 결집되어서 우수 국산마 생산, 수준 높은 경주 제공 등을 시급히 이뤄야 한다. 여기에 환급률 인상, 다양한 승식 도입을 통한 서비스 제고 방안, 선진 경마정책 마련과 경마 인프라 구축 등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당장에 어느 한 단체의 집중적인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시행체나 마주협회는 원활한 경주마 공급과 함께 공정한 경마시행이 이뤄지도록 합심해야 하고, 기수협회와 조교사협회는 최상의 상품을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경주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경주마생산자협회는 국산마 생산에 전념하면서 질 좋은 국산마를 양산해 내야 한다. 정부 관장부처인 농림부는 경마발전을 저해하는 외부 요소를 차단, 개선하면서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중장기 발전안을 마사회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제 말(馬)의 해인 임오년이 밝아온다. ‘미래에 대한 답은 과거에 있다’고 했다. 한 해를 차분하게 마무리하면서 선진경마문화 실현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