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대 앞 위너 서클, 최봉주 기수의 5백승 달성 시상식에서 봉주에게 꽃다발을 주며 필자는 누구보다도 많은 축하를 보냈다. 마음속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면서 한편으론 미안함과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작에 달성했어야 할 5백승이 선배 잘못 만난 죄로 많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필자가 봉주 보고 기수협회 일을 같이 하자고 꼬셔서(?) 기수협회 부회장을 수년간 하다 보니 그만큼 승수를 올리지 못하고 마음 고생도 몹시 심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수 11기이고 봉주가 바로 밑의 12기다. 필자와 봉주와의 인연은 신인 기수 시절부터다. 필자가 16조(박원선 조교사)에서 기수생활을 할 때 선임 기수였던 지용철 선배가 은퇴하고 조교사가 되면서 필자는 기수 경력 1년으로 졸지에 선임 기수가 되는 파격적인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이때 필자의 밑으로 기수양성소를 막 졸업한 봉주가 들어와 같은 조에서 수년간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필자가 96년도에 기수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봉주를 부회장으로 끌어들이게 되었다. 말이나 열심히 타고 간부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필자가 애원하며 같이 일하자고 설득하였다. 그 당시 필자나 봉주는 기수로서 선배도 후배도 아닌 중간 위치였지만 성적은 상위를 돌고 소위 잘 나가는 에이급 소리를 듣는 기수(?)였다. 승수도 많이 올릴뿐더러 상금도 많이 벌고 있었기에 기수로서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기수로서 대우받는 만큼 필자는 봉주에게 이제는 기수를 위해 뭔가를 하자며 의기투합했고 결국은 필자가 회장에 출마하고 봉주를 부회장에 출마시키게 되었다.(사단법인 이전인 그 당시는 회장, 부회장이 단독 출마를 하였다. 지금은 회장이 지명한다.) 이렇게 하여 기수협회 일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기수회가 조교사와 같은 회원으로 조기협회에 있다보니(지금의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간부를 하면서도 큰 어려움 없이 성적도 상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근데,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98년도에 조기협회에서 기수협회를 분리시키는 독립운동을 하면서부터는 조교사협회와의 갈등, 마사회와의 갈등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조교사와 같은 회원으로 있다가 기수만의 별도의 사단법인을 만들면서 조교사와의 갈등(?)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필자나 봉주는 기승횟수가 점차 줄게 됐고 성적도 하위권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 좋게 널뛰던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걱정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기수협회를 완성시킨다는 강한 의지로 밀어붙여 결국은 오늘의 기수협회를 만들 수 있었다. 필자는 선두에 섰으니 어떠한 피해를 봐도 당연하다고 하지만 그 당시 임원들은 말을 별로 타지 못하는 피해를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임원이 부회장이었던 봉주다.
기수협회가 사단법인이 되고 2년이 흘러 어느 정도 안정이 될 때쯤 봉주는 “이제 협회도 자리를 잡았으니 평범한 기수로 돌아가 본연의 말 타는 일에 전력투구하겠다”며 부회장을 그만두었다. 체력 보강을 하며 말 타는 것에만 전념하더니 성적도 다시 상위로 올려놓았고 드디어 대망의 5백승도 달성한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달성한 5백승이기에 필자는 최봉주 기수의 5백승은 더욱더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최봉주의 5백승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P.S: 부회장을 하면서 수입이 줄어 가계에 타격이 많았기에 봉주 부인을 거리에서 만날 때마다 미안하였는데 요즘은 수입이 짭짤하니 봉주 부인에게도 이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있어서 좋다. 필자는 염치 불구하고 5백승했다고 밥을 사기에 아주아주 맛있게 얻어먹었다...땡큐...땡큐...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