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는 말을 타야 어디를 가도 알아주거나 대우를 받는다. 말을 타면서 성적마저 좋으면 그야말로 인기가 따봉인데 필자는 요즘 말을 별로 기승하지 않다 보니, 그리고 성적 또한 엉망이기에 기수로서 영 찬밥(?)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자도 방방 날리던 때가 있었건만 그것은 “아!... 옛날.. 이여”다. 말 타는데 영 엉망인 필자에게 강의를 하여 달라는 요청이 왔다. 스조클럽(스포츠조선 경마 팬클럽)이란다! 한데 경마일인 토요일이다.
아무리 공식적인 자리라 해도 기수가 경마 날 팬과 만난다는 것이 부담도 가고 어렵기에 안되겠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한참 생각해 보니 필자는 요즘 경주를 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을 타다 허리를 다쳐 병가 중에 있으므로 경마 날 이어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다시 참석하겠다고 하였다.
무슨 주제로 강의를 할까? 고민하다 어떠한 주제를 놓고 하는 강의보다는 시간도 없고 하니 궁금한 것에 대하여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을 하기로 했다. 장소가 관람대에 있는 시청각 교실이기에 그곳으로 시간에 맞추어 갔다. 40명 정도의 회원이 모여 있었다. 앉아 있는 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모두가 남자였다. 그리고 나이도 젊은 20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분위기가 너무나 딱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후, 여성팬 한 분이 맨 구석에 있음을 알았다.
필자는 경마팬과의 모임에 수없이 참석하였는데 항상 어느 모임에 가도 여성팬도 많고 나이도 젊은 20대 층이 많았는데 여기는 나이도 3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 있는 것 같았다.(실제로 나중에 알아보니 그랬다.) 어떻게 보면 필자가 40인데 필자의 나이를 전후로 모여 있기에 대화가 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필자가 마이크를 잡고는 인사말을 하자마자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나이가 어느 정도 먹은(?) 모임에서는 질문에 머뭇거리거나 말을 소위 돌려서 하면 오해의 소지를 줄 수가 있고 혹시 실수하는 말꼬리를 잡고 물고 늘어 질 수도 있기에 필자는 어떠한 질문에도 돌리지 말고 직설적으로 하려고 마음먹고 그렇게 답변하였다. 필자의 스타일 자체가 직설적이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된 게 오히려 팬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필자를 골탕 먹이거나 당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여 주면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하여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는 들리는 얘기인데 하며 어렵게 질문하는 것이다. 필자가 오히려 미안하게 시리...짧은 시간 속에서 많은 내용이 오고 갔건만 지면관계상 여기에 쓸 수가 없어서 독자께는 미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팬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자신의 아이디를 먼저 말하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아이디가 벽오동, 풀그림, 대파, 디디미, 등등 말의 이름이었다. 벽오동입니다! 하고는 질문을 하는데 시간내내 나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아무튼 필자와의 시간이 경마의 많은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필자 또한 팬들에게 감사를 할 뿐이다.
스조 회원 중에는 멀리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팬도 있었고, 대구, 함양, 그리고 전라도 광주에서까지 헐레벌떡 뛰어오는 팬들도 있었다. 참으로 너무나 열성적인 팬들이 많았다. 뒤풀이를 가자고 하여 빼는 척 하다가 따라 갔다. 직업이 모두가 다르지만 경마라는 취미를 갖고 모여서 형, 아우 하면서 친목을 다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았다. 경마를 즐겁게 즐기는 스조 회원들의 밝은 웃음이 영원히 가기를 바라며 스조클럽이 무궁무진 발전하기를 바란다.
P.S: 스조클럽 회원 중에서 경마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경마장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팬이 있었다. 부인 될 사람도 경마를 좋아한다고 한다. 결혼식 때 꼭 참석할테니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