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경주마들의 박진감 넘치는 질주인 경주(Racing)이다. 얼마나 질좋은 경주를 편성하여 고객인 경마팬에게 서비스하느냐에 따라 경마산업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경주편성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많은 걱정을 낳고 있다. 예정에 없던 주중 공휴일경마를 시행하다보니 계획되어 있는 경마상금이 모자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위군 위주의 경주편성을 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주편성 제도에 있다. 현행 군체계 편성의 골격은 과거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고 경마를 시행하던 1992년 이전의 시행체마주제 시절 경주편성 제도를 따르고 있다. 과거에는 호주나 뉴질랜드로부터 저질의 경주마를 들여와 그저 판만 돌리는 경마를 시행했다. 소위 ‘고장난 경주마를 누가 더 잘 고쳐 쓰느냐’가  감독(조교사)의 유능과 무능의 판단 기준이 되는 웃지 못할 시절도 있었다.

상품의 질이 좋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 상품의 브랜드, 포장, 내구성, 실용성, 기능성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특정 상품에 대해 질이 좋다는 표현을 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한국 축구가 좋아졌다고 하면 선수들의 개인기뿐만 아니라 조직력이 좋아져서 국제 경쟁력이 생겨 어느 팀과 경기하여도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때 우리는 통상 한국 축구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경마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마는 글로벌산업이기 때문에 세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경주마가 있어야만 좋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경마가 경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마필생산과 경주마를 육성하는데 있어 기본이 되는 경주편성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경주편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군체계를 폐지하는 것이다. 군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상금 수득액과 승률을 고려하여 등급을 메기고, 동일 등급마를 기준으로 경주를 편성하는 체제인데 이 체제는 장점보다는 단점과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 경마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데도 마사회는 이 체제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그 부작용의 단적인 예가 승군을 앞둔 경주에서 많은 변수를 있게 함으로써 그 피해가 선량한 경마팬에게 미치고 경마의 공정성을 해치는 동시에 경마 이미지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따라서 군 간의 경계 막을 제거함으로써 승군의 변수를 없애 주는 것이 경주의 공정성에 기여할 것이다.

군간의 경계를 지어 놓음으로써 군내부에서는 자원부족 현상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는 판매하지 못한 경주마들이 넘쳐나 생산농가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런 한편 특정 군에서는 경주마가 모자라 경주편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마사회는 과거에 있던 경주체계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효과적으로 질좋은 경주를 편성하기 위해서는 경주마의 나이 성별 우승횟수 상금 등 4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하는 경주를 실행해야한다. 아울러 경주마 개체의 특성에 맞는 경주거리 선정도 중요하다. 스프린터경주(단거리), 마일러경주(중거리), 마라톤경주(장거리)로 분류하여 특성에 맞는 경주마를 골라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외에 경주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주로나 마방 환경 등 모든 면이 지금보다는 더 나아져야 한다. 시행체인 한국마사회나 현장을 담당한 생산자, 마필관계자의 의식 전환과 선진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주의 질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없다. 그렇다고 도식적으로 기록단축이나 순위차 만을 계산하여 경주의 질이 좋아졌다고 논하기 전에 진정으로 경주의 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하여 이를 높이는데 진력해 주기를 당부 드린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