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프로스포츠 중 드물게 선수에 있어서 남녀 구분이 없는 종목이다. 한국경마는 그동안 경마선수의 경우 여성들이 접근하기 힘든 ‘금녀의벽’ 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대에 접어들면서 ‘금녀의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호주나 미국, 유럽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경마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놀라운 실력을 발휘 남성들을 제치고 우승 사냥에 선봉에 서는 등 ‘우먼파워’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우먼파워의 선봉장은 서울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혜선 서수다. 서울경마공원의 거센 ‘여풍(女風)’을 일으키고 있는 김혜선 선수는 한국경마 여성 선수 최초로 100승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9년 데뷔 이후 통산 1335전 97승을 기록 중인 김혜선 선수는 데뷔 5년 만에 여성선수 최초의 100승 달성에 불과 3승만을 남겨 두고 있다.

김혜선 선수의 별명은 ‘경마 여성 대통령’이다.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2009년 기수로 데뷔한 김혜선은 이미 지난 3월 일찌감치 91승을 달성하며 여성 선수 중 최다승 선수로 기록됐다. 당초 서울과 부경의 여성 선수 최다승은 현재 감독으로 활약으로 있는 이신영 감독이 90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김혜선 선수의 활약으로 새로운 기록이 작성됐다.  

하지만, 아홉수가 김혜선을 괴롭혔다. 동료 선수들은 “오늘은 100승을 기록할 거지”라며 격려와 압박을 반씩 섞어 말했다. 사실 100승 기록은 이미 넘어서야 할 기록이었다. 올해 4월까지도 17승으로 잘 나가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여 6개월의 긴 공백을 가졌다. 그러나 김혜선이 이번 주 내에 100승을 달성하면 한국경마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된다.

김혜선 선수는 아직 허리 뒤쪽에 근육통이 있어 컨디션이 좋은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제 컨디션이 아니어도 10월 5일 복귀 이후 2승을 기록하며 승부근성을 발휘 했다. 김혜선 선수는 이번 주는 어느 때보다 설레는 한 주가 될 전망이다. 새내기 때부터 꾸었던 바로 그 꿈을 이번 주에 이루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경마 역사상 여자 선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72년 뚝섬경마장시절 이옥례선수였다. 그러나 이옥례 선수는 6개월만에 그만두었다. 본격적으로 여자 경마선수가 등장한 것은 2001년이었다. 지금 여자 감독으로 맹활약 중인 이신영 선수가 그해 데뷔했다. 당시 ‘금녀의 벽’을 깨 주목을 받았다. 12년이 흐른 지금, 서울·부산·제주 경마장의 141명 선수 가운데 여자는 모두 10명이다. 이들 중에는 이금주, 이애리 선수처럼 결혼한 뒤에도 활동 중인 ‘아줌마 선수’도 있다. 많은 여성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여성선수는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맹활약 중인 김혜선(24) 이다.

김혜선 선수는 귀여운 인상을 지니고 있는 데다 명석한 두뇌와 놀라운 승부집념을 소유하고 있어 감독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신영 감독은 그녀에게 무한의 신뢰를 보내고 있다. 보통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말의 습성을 무시할 때가 많은데 김혜선 선수는 말과 호흡을 맞춰 최적의 전개를 이끌어 낸다. 경주코스에 익숙하게 된 다음, 자기보다 앞선 남자 선수들을 극복하려고 하는 게 데뷔 5년 만에 100승에 가까워진 비결이다.

많은 경마팬들은 능력이 떨어지는 경주마라도 김혜선 선수가 기승하면 다시한번 정보와 자료를 점검하는 습관이 생기고 있다. 예기치 못한 경주마로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혜선 선수는 6개월이라는 장기간 부상치료에도 불구하고 복귀 이후 2승을 챙겼다. 이제 100승까지는 단 3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경마팬들의 관심이 온통 김혜선 선수에게로 쏠리고 있다. 여성 경마선수의 다부진 말몰이에 매료된 경마팬들의 함성이 파랗고 높다란 가을하늘에 우렁차게 울려퍼질 것으로 기대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