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제2차 사행산업종합계획을 강행하려다가 결국 발표를 하지 못하고 3기 사감위로 넘겼다. 사감위는 9월초 개최된 전체회의에서 2차 건전화계획 작성을 3기 사감위로 넘기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사감위는 9월16일에 2차 종합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2기 사감위는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규제강화라는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기만료를 앞둔 10월 이전까지 2차 종합계획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합법사행산업계의 강한 반발과 사감위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대한 지속적인 부정확성 논란, 불법도박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면서 종합계획 수립을 3기 사감위로 넘기게 된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은 사행산업의 통합 관리와 건전화, 불법사행산업 근절을 위한 종합계획(건전화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감위는 2013년 끝나는 1차 건전화계획을 이을 2차 건전화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연구용역 발주-기본 안 마련-부처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최종안을 마련해 의결을 남겨놓고 있다가 돌연 이를 포기하고 3기 사감위로 넘겼다.

사감위는 10∼11월경 3기 사감위원들을 임명하고, 올해내 종합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2기 사감위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추진하던 종합계획은 2018년까지 전자카드 제도 전면시행, 출입제한제도 강화, 사행산업 영향평가 제도 도입, 사행산업 진입 퇴출 규제 강화 등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시안이 발표되면서 합법사행산업계는 물론 각계에서 불법도박판만 키우는 정책이라며 거센 반발을 보였다.

유독 강도 높은 규제를 당해왔던 KRA는 2차 종합계획안대로 전자카드제를 전면 강행하면 축산농가를 위한 특별적립금 2천200억원과 500억원의 농어촌 복지사업을 2017년부터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으며, 영천 경마공원 등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박중독 유병률 조사에서도 여섯 배나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구사이버대학교 이흥표 교수는 최근 ‘2012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에서 도박중독 유병률 문제점 검토’ 보고서를 통해 사감위가 우리나라 일반 국민의 도박중독 유병률을 1.3%에서 7.2%로 무려 여섯 배나 부풀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감위가 발표한 일반 국민 도박중독 유병률은 7.2%였으며, 사행산업 이용객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41%였다. 사감위는 일반인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비문제성’ 83.2%, ‘저위험(Low-risk)’ 9.6%, ‘중위험(Moderate-risk)’ 5.9%, ‘문제성(Problem)’ 1.3%로 집계됐으며 이 중 ‘중위험’과 ‘문제성’을 합쳐 유병률이 7.2%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CPGI’를 사용하는 외국에서는 도박 유병률에 ‘문제성(Problem) 도박’만 포함시키고 ‘중위험(Moderate-risk) 도박’은 포함시키지 않지만, 사감위는 ‘中위험(중간)’과 ‘重위험(높다)’을 혼동할 수 있는 점을 노려 중위험(Moderate-risk)을 유병률에 포함시켜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7명을 도박중독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물론 유병률 역시 6배나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처럼 문제성군만 유병률에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유병률은 1.3%로 사감위가 발표한 7.2%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필자는 그동안 사감위의 역할과 기능이 불법사행행위 감독기구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펼쳐왔다. 합법 사행산업의 경우는 각 사행산업을 관장하는 개별법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상옥의 법을 만들어 엄청난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예산이 모자라 공약한 복지정책마저 펼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법도박을 위시한 지하경제만 활성화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사감위의 역할과 기능을 완전히 바꿔 불법사행행위 근절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