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마 역사상 최초로 열린 경마 한·일전에서 일본 오이경마장의 ‘토센아처’(9세·수말)가 우승했다. 1일 과천 서울경마공원 제9경주로(1400ｍ)에서 열린 한일 경주마 교류경주(총상금 2억5000만원·우승상금 1억3750만원)에서 경주 막판 50ｍ 스퍼트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경주기록은 1분25초7. 결승선 직전까지 선두를 지켜내던 서울경마공원 소속 ‘와츠빌리지’(3세·수말)는 막판 추월을 허용하며 아쉽게 1마신(2.4m)차로 2위에 머물렀다.

2009년 국제 경주마 능력평가에서 일본 출전마 세 마리 중 가장 높은 101점을 획득한 바 있는 ‘토센아처’는 최근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전성기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일 경마전을 맞아 ‘오이경마장의 제왕’이라 불리는 지방경마 최고의 선수 ‘마토바 후미오’(57세)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우승을 이끌어 냈다.

아쉽게 2위를 기록한 한국 대표마 ‘와츠빌리지’는 막판에 너무 어이없이 역전을 허용해서 만회하기가 힘들었다. 한국경주마들은 초반 순발력은 좋았지만, 일본 경주마들의 노련한 레이스 전개에 밀려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아직도 세계 수준과 비교할 때 경기 운영면, 국제경험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경주마 교류 첫 국제대회를 맞아 한국경주마들은 최선을 다한 결과 우승을 내주는 대신 2위부터 시작해 상위권 경주를 모두 휩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막판 대시로 막강한 추입력을 과시했던 ‘인디언블루’는 3위를 차지했고, 대한민국 대표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던 ‘터프윈’은 4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 경마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문은 ‘와츠빌리지’와 ‘인디언블루’의 선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2마리 경주마는 모두 3세다. 아직 망아지티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전을 펼쳤다. ‘와츠빌리지’는 수말이고 ‘인디언블루’는 암말이다. 앞으로 계속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경주마들과의 승부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한 것은 한국경마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요소로 등장한다. 오는 11월26일 일본경마장에 가서 레이스를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터프윈’의 4위 성적은 다소 실망스런 결과다. 그러나 ‘터프윈’의 주행습성을 분석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터프윈’은 1800m 이상의 경주에 유리한 경주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1400m였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레이스를 펼칠 수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 경주마의 우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단순 기록비교에서도 일본 경주마들은 한국 경주마들을 앞섰다. 일본 경마의 매출액은 약40조원으로 우리나라의 5배에 달하며 전국의 경마장 수도 30여개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마대국이다. 2011년 세계 최고 상금을 자랑하는 두바이 월드컵(총상금 1,000만 달러)에서 일본 경주마들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는 등 성적에서도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한국은 세계 수준의 일본 경주마들을 상대로 얼마나 격차를 줄이느냐가 이 대회의 주요 포인트였다.

비록 우승 자리는 내줬지만 한국 경주마들은 내용면에서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서울경마공원의 ‘와츠빌리지’ ‘인디언블루’ ‘터프윈’은 일본 경주마 ‘빅걸리버’ ‘파이널스코어’를 제치고 나란히 2, 3, 4위를 차지하며 향후 맞대결에 대한 자신감과 잠재력을 확인했다.

경마 한·일전은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승부를 겨룬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엔 한국 경주마 3두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경주마들과 2차 경마 한·일전을 벌이게 된다. 대한민국은 현재 파트3국에 머물러 있다. 세계의 경마는 경주마의 능력에 따라 파트1, 2. 3, 4로 나뉘어진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홍콩이 파트1 국가에 합류해 있다. 그것도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다른 산업분야는 대한민국이 세계 1위를 달리는 분야가 많이 있다. 그러나 경마분야는 아직도 후진국이다. 그런데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경마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