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마 최고의 3세 암말을 가려내는 제 14회 코리안오크스 경마대회가 지난주 일요일(8월25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1800m 레이스로 열려 ‘스피디퍼스트’(고정수 마주)가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경마공원과 부산경마공원에서 활동 중인 국산 3세 암말 최강자가 출전한 이번 대회는 수와 질적 우세를 보인 부산이 서울에 완승을 기록해 경쟁력을 발휘했다.

부산대표 ‘스피디퍼스트’는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3관대회 2번째 관문인 코리안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코리안오크스까지 우승을 차지해 국내 첫 시행된 국산 3세 암말 시리즈에서 초대 우승마로 낙점됐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국산 3세마에 한해 삼관마 경주(Triple Crown)와 국산 3세 암말시리즈(Filly Triple Crown) 대회로 양분해 최고의 수, 암말을 선정한다. 이중 3관마 경주는 KRA컵 마일, 코리안더비, 농축산식품부장관배 경주 등 3개 대회를 통해 최우수 수말을 선정하고, 국산 3세 암말 시리즈는 KRA컵 마일, 코리안더비, 코리안오크스 대회를 통해 최우수 암말을 선정해 경주마 수준을 높이기 위한 생산 환류를 목적으로 대회가 운영되고 있다.

‘스피디퍼스트’의 우승으로 인해 부산경마공원의 19팀 김영관 감독은 올해 삼관경주의 마지막 관문에서 강력한 원투 펀치를 보유하게 됐다. 이미 지난 경남도민일보배를 통해 ‘인디밴드’라는 신예 강자를 배출한 19팀은 ‘스피디퍼스트’가 건재한 모습을 보여줘 오는 10월 6일 농축산식품부장관배 경마대회의 우승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외 고정수 마주는 현재 단 2두의 경주마를 보유하고 있으나 ‘스피디퍼스트’의 활약으로 올해만 벌써 2차례 경마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고, 보유마인 ‘맨스타’도 지난 주 우승을 차지해 기쁨 두 배의 한주를 보냈다.

‘스피디퍼스트’의 월등한 기량으로 인해 능력 차를 보였으나 부산 대표 ‘미라클원더’와 ‘레이디메달’은 각각 2, 3위를 차지해 기대주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중 ‘레이디메달’은 대회 이전까지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해 저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대회에서 성장된 모습으로 좋은 경주력을 보여줘 향후 기대치를 높였다.

한편 서울과 부산간 통합 경주로 시행된 이번 대회에서 ‘천년동안’은 4위를 기록해 서울경주마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당초 기대를 모았던 ‘듀마’는 경주 시작 전 왼 앞다리 부상(좌전 구절 염좌)으로 인해 출전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외 ‘허리케인점프’는 8위, ‘메루샤인’은 실격 처리돼 부산과의 힘 대결에서 확연한 전력 차를 보였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 14회 코리안오크스 대회는 서울 부산 간 통합 경주로 시행 된지 6년째를 맞이했다. 이중 부산이 5차례 우승을 차지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서울로선 차기 대회에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원활하게 통합경주를 시행하려면 서울경마와 부산경마가 판이하게 다른 제도와 규정부터 단일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서울경마장과 부산경마장간에 또는 각 경마장에 속한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의 입장에 따라 갈등과 분열만 증폭되고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의 경마산업은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이 시스템의 발전을 가로막으면서 경마산업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래전부터 선진경마국들은 특정 경마장에 특정 경주마만 출전하는 시스템을 시행하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특정 경주마는 도쿄경마장에서 뛸 수도 있고 한신경마장이나 후쿠오카경마장에서도 뛸 수 있다. 홍콩도 마찬가지다. 해피밸리경마장이나 샤틴경마장에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 호주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부산경마장의 경주마들이 서울경마장에서 뛰고 서울경마장의 경주마들이 부산경마장에서도 자유롭게 레이스에 출전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