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1일(일) 과천에 있는 서울경마공원에서 제7경주 1200m 레이스로 펼쳐진 SNTC(싱가폴터프클럽) 경마대회에서 박태종 선수가 기승한  ‘플라이톱퀸’이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3연승을 달성했다. 플라이톱퀸은 빠른 스타트로 초반 선두를 장악한 이후에 단 한 차례도 선두를 허용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경마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경마팬들은 ‘플라이톱퀸’에게 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주마 중 가장 높은 몸값의 경주마이기 때문이다. ‘플라이톱퀸’은 미국산 경주마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 현지 경매에서 2억6천5백만원(22만 5천 달러)에 구입하여 운송료와 보험료 등 부대비용이 포함된 최종 가격은 3억1백만원으로 도입 당시부터 모든 말산업종사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비싼 몸값에 걸맞게 510kg대의 당당한 체격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뒷심과 스피드를 고루 갖춘 ‘플라이톱퀸’은 최근  단거리 경주에서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며 데뷔 후 3연승을 달성해 국산 최강 암말로 등극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플라이톱퀸’의 아버지는 명문혈통의 씨수말 ‘헤니 휴즈(Henny Hughes)’다. ‘헤니 휴즈’는 현역 시절 10전 6승 준우승 3회를 기록했다. 이중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블랙타입 경주(한국경마로 비교하면 상위 군)에서 우승 및 입상을 일궈내 경주마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올해 교배 5년차인 ‘헤니 휴즈’는 미국경마 그레이드급 이상 경주에서 5두의 챔피언마를 배출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플라이톱퀸’의 부계는 단거리 스피드위주의 혈통을 지니고 있는 반면, 모계는 중장거리 경주에 강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모두 필요로 하는 우리나라 경마장 주로에서 빠른 적응과 활약이 기대 되고 있다. 또한 ‘플라이톱퀸’은 현역에서의 활약 못지않게 향후 생산 활동에서 씨암말로서 가치가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외국산마 구매 상한선에 대한 규정 개정으로 최근들어 고가의 경주마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특히 암말에 대한 도입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수말과 거세마는 3만 달러, 암말은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책으로 1억 이상의 고가 암말들이 도입 되고 있다. 3억원의 ‘플라이톱퀸’을 필두로, 수입 신고가 2억원 이상의 ‘뉴욕블루’(부산경남경마공원)가 현재 주행심사를 마치고 데뷔를 앞두고 있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다. 세계의 경마시행국들은 어느 나라가 더 우수한 혈통의 경주마를 소유하는가 경쟁하고 있다. 특히 누가 더 좋은 씨수말을 소유하는가가 경쟁의 핵심이다. 그러다보니 우수 혈통 씨수말의 정액은 다이아몬드 1캐럿과 맞먹는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를 세계 경마 중심 국가로 우뚝 세운 ‘노던댄서’의 경우 절정기 1회 교배료가 1백만 달러(한화 11억원)에달했다. 지난 1999년 사망한 ‘미스터프로스펙터’의 경우도 절정기 때 75만 달러(한화 8억원)까지 1회 교배료가 치솟았다. 지난해 사망한 ‘스톰캣’의 경우는 1회 교배료가 50만 달러에 이르렀다.

우수 혈통의 고가 암말 도입은 대한민국 경주마 수준을 높이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수 씨수말은 한국마사회가 정책적으로 도입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최고 50억원에 육박하는 씨수말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씨암말은 마주 또는 생산자 등 민간이 자유롭게 구매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씨수말도 민간이 구입할 수 있으나 한국마사회가 워낙 고가의 씨수말을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경쟁에 뒤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로 들여온 민간 씨수말이 한국마사회 소속 씨수말을 능가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혈통의 스포츠인 경마에서 말의 몸값과 경주 성적은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