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혈통 스포츠다. 따라서 교배는 한 해 경주마 생산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1년 농사를 좌우하기 때문에 경주마생산자들은 저마다 인기 씨수말과의 교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에선 과도하게 특정 씨수말에 편중된 생산의 폐해를 염려하지만 후대검증을 통한 자마들의 성적 차이는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영향으로 씨수말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에선 마사회의 씨수말 무료 교배에서 고가 씨수말과의 교배권을 얻기 위해 각종 편법들이 동원되면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마사회의 유상교배제도 도입으로 교배권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재정적 자립도가 약한 상당수 영세 생산농가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고, 교배료 발생으로 경주마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RA한국마사회는 2월21일(목)부터 오는 6월 30일(일)까지 130일간 제주와 장수목장에서 106호의 경주마 생산농가의 732두 씨암말을 대상으로 2013시즌 교배일정에 돌입했다.

제주육성목장에서는 ‘비카’와 ‘포리스트캠프’를 비롯한 8두, 장수목장에서는 ‘메니피’와 ‘호크윙’ 2두의 마사회 보유 씨수말이 민간목장에 지원되며 전체 무상교배 두수는 지난해의 85% 정도인 601두(제주 494두, 장수 107두)로 예정되어 있다.

올해 씨수말별 교배 예정두수는 `메니피` 90두, `오피서` 86두, `포레스트캠프` 85두, `비카` 80두, `록하드텐` 75두, `샤프휴머` 73두, `원쿨캣` 68두, `피스룰즈` 67두, `피코센트럴` 66두, `호크윙` 42두 등이다.

교배시즌이 시작되면서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불패의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메니피’다. 2012년 ‘리딩 사이어(Leading Sire:최고의 부마)’로 씨수말계 황제자리에 오른 뒤, 제주에서 내륙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메니피’가 그동안 교배기회 부족으로 설움을 받던 내륙생산농가에 큰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교배신청결과 ‘메니피’와의 교배를 신청한 내륙 생산농가는 100% ‘메니피’와의 교배가 확정되어 내륙생산농가에서도 경매시장이나 경주마유통에서 ‘메니피’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올해부터 유상교배를 실시하고 인센티브 방식을 확대 시행한다.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실시하는 유상교배는 시범적으로 10두의 보유 씨수말에 각 10두씩 배정해 총 100두 교배를 예정하고 교배료는 800만원(‘메니피’), 600만원(‘비카’, ‘오피서’, ‘포리스트캠프’), 300만원(‘록하드텐’, ‘샤프휴머’, ‘원쿨캣’, ‘피코센트럴’), 150만원(‘피스룰즈’, ‘호크윙’) 등이다.

또한 인센티브 방식으로 31두(경매 우수농가 12두, 해외수출 조건 18두, 해외원정마 1두)가 배정되어 있다. 해외수출 조건 18두의 경우에는 태어난 망아지를 마사회가 구입해 해외수출을 하는 조건으로 교배신청을 받는다.

한국마사회의 유상교배를 두고 일부 경주마생산농가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각종 빚으로 어렵게 경주마를 생산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유상교배를 실실하면 살아남을 목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반면 일부 농가는 결국 세계적으로 살펴볼 때 한국만 유일하게 무상교배를 실시해왔음으로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민간에서 자율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않아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다. 모든 정책은 어떻게 하면 좋은 경주마를 생산하여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할 것이냐로 모아져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