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을 연 행위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는 면이 있지만 이미 거악(巨惡)을 범하고 있는 국가의 손으로 피고인을 중죄로 단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형주 판사는 최근 중국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30억원을 챙긴 혐의(도박개장 등)로 기소된 최모(34)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이렇게 판결 취지를 밝혔다. 이 판사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최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7억여원, 4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 대부분을 국가의 사행사업(복권·경마·경륜·카지노 등) 정책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이 판사는 “국가가 앞장서서 여러 복권 사업과 경마·경륜·내국인 카지노 등 실질적인 도박 개장 행위를 하면서 개인의 도박 개장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평성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개별적인 사건들의 구체적 법리 해석은 전문성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그를 놓고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다. 해석의 차이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을 두고 판결을 할 때 왜 재판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가?` `왜 일반국민의 법감정과는 다른 판결이 나오는가?`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것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 그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야기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법률적 판단에 대한 불신, 더 나아가 법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법관 임명식에서 “혼자만의 독특한 가치관이나 편향된 시각을 (법관의) 양심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며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양심과 혼동하다가는 오히려 재판의 독립이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이형주 판사는 이번 사건 판결에서 경마를 다른 도박들과 동일시하는 인식의 단면을 보였다. 이번 판결이 경마와 관련된 판결이 아니고 스포츠 도박업자에 대한 판결이긴 하지만 경마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인식을 드러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경마는 경주마의 능력 70%, 선수의 능력 30%가 합쳐져 승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다른 도박들은 순전히 요행이나 운에 의존하거나 100% 사람의 능력에 의존하는 특징이 있다. 경주마를 분석할 때는 어떤 아비마와 어미마 사이에서 태어났는지를 따져보아야 하며 어떤 목장에서 어떻게 생산되고 육성되었는지 어떤 감독의 관리하에 어떻게 순치를 시키고 훈련을 시켰는지 어느 선수와 호흡이 잘 맞는지.....등 무려 100여 종류가 넘는 우승요인을 토대로 분석과 추리를 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경마는 승부조작이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오히려 주식과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경마를 이들 진짜 도박들보다 더 심하게 규제를 하고 있으니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이형주 판사가 경마는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결과를 추리하는 ‘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이라는 점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경마가 도박이면 세상에 도박이 아닌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 120여 국가에서 왜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지, 인류는 경마를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는지 공부하고 사건을 판결하면 좋겠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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