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업과 문화,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달리고 있다. 스포츠를 예로들면 골프에서 특히 여자 프로들이 세계를 휘젓고 있으며 축구와 야구 등에서도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경마에서 만큼은 후진국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겨우 파트3국이다. 파트2를 넘어 파트1에 올라서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주에 출전하지 않은 예비경주마 3두가 미국 원정길에 나섰다.

KRA한국마사회가 2013년 해외 원정마로 선정한 ‘서울불릿(Seoul Bullet,2세 수말)’등 3두는 2월 13일(수) 미국경마를 정복하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들은 국산경주마들 중 사상 최초로 미국의 경마대회(stakes)에 도전하게 된다.

한국마사회는 2008년도 ‘픽미업’을 시작으로 2009년 ‘백파’, 2010년 ‘위너포스’, ‘파워풀코리아’, 2011년 ‘스틸런패스트’, ‘메니피포르테’ 등 4년 연속 미국 무대에 꾸준히 도전해왔지만 미국경마의 벽은 너무도 높아 번번이 입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산 경주마 한 마리가 결국 일을 냈다. 2011년 원정을 떠난 국산마 필소굿(4세·거세)이 지난해 9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칼더경마장에서 열린 경주에서 2위마를 7마신 차이로 따돌리며 한국경마 사상 최초로 해외경주 우승마가 됐다.  필소굿의 우승은 저명한 말(馬)전문지 블러드 호스(Blood Horse)가 “한국경마의 역사를 다시 쓴 필소굿”이라며 대서특필하는 등 크게 화제가 됐다.

한국마사회는 ‘필소굿’의 성공에 고무되어 포기하려던 미국 원정 사업에 다시 속도를 냈다. 2013 원정마는 마사회가 보유한 우수 씨수말 자마 95두를 대상으로 혈통·체형 검사를 통해  20두를 1차 후보마를 선발하고 서울경마공원 배대선 감독, 부산경남경마공원 김영관 감독 등 말을 고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마감독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또한 DNA 검사 등  최첨단 선발방법을 도입해 최고의 경주마 3두를 골라냈다. 축구로 치면 박지성급, 수영으로 치면 박태환급의 말들이다.

화물기 편으로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3마리의 국산마들은 17일까지 수입검역 절차를 밟은 후 오칼라 주 닉디메릭(Nick de Meric) 경주마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이르면 7월쯤 오칼라 칼더 경마장에서 상금 3~5만 달러가 걸린 중간 수준급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그리고 경주결과와 훈련성과에 따라 사상 최초로 미국 경마대회에 도전한다.

우수 경주마의 해외 원정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뒤따른다. 현재 국산 경주마의 질이 경마 선진국에 비해 격차가 심하고 국내 상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높아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해외원정에 참가하는 경우 마주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매년 삼관마 경주를 통해 국내산 최우수 수말과 암말을 선정하여 각각 7억 원과 5억 원의 인센티브와 함께 해외원정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남미를 제외한 파트1 국가에서 시행되는 경주에서 우승할 경우 5000만원(리스티드급이나 총상금 5만달러 이상 경주)에서 최대 10억원(삼관경주, 브리더스컵 등 클래식경주)까지의 포상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땅을 3두의 국산마들이 맹활약을 펼쳐 세계적으로는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국내적으로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들 경주마 중에서 미국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한다면 한국경마의 세계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