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최고령 경마선수 김귀배(52)가 지난 26일(토) 서울경마 제8경주(국4, 1300M)에서 5세 암말 ‘누볼라’와 함께 우승을 합작했다. 올해들어 벌써 2승째다. 김 기수는 출발대에서부터 요동치는 ‘누볼라’를 제어하느라 애를 먹었다. 출발대가 열리자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누볼라’의 고삐를 당겨 페이스를 조절했다. 결승선 200M 앞에 이르자 김귀배선수는 고삐를 통해 전력질주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누볼라’는 날아오르는 듯한 걸음으로 앞서 가던 경주마들을 거침없이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밟았다.    

이 경주서 단승식 30.9배, 복승식 62.9배에 쌍승식 216.3배를 작성했다. ‘영원한 현역’ 김귀배 선수는 하루 3회 이하의 적은 기승기회에도 올해 벌써 2승을 수확하며 노장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35년 차. 세월은 달리는 말보다 빨리 흘렀다. 경마감독으로 활동했던 삼촌의 권유로 말을 타기 시작한 열일곱 소년은 어느덧 지천명(地天明)을 넘겨 노장 선수가 되었다. 뚝섬에서 과천으로 경마장의 위치도 바뀌고, 수많은 경주마와 선수들이 명멸했지만 김귀배 선수만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김귀배선수는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경마공원에서 4시간의 새벽훈련을 마쳤다. 지난 35년 동안 그의 하루는 늘 이렇게 시작되었다. 20대 선수들조차 고통스러워하는 체중감량도 30년째 계속 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지독한 자기 관리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지천명의 나이를 넘긴 경마선수는 많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는 50을 넘긴 유일한 경마선수다. 20년 전만해도 한국에서는 30을 넘기는 경마선수가 없었다. 잦은 경마부정 때문에 대부분 경마선수들이 경마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귀배 선수가 얼마나 성실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귀배도 한때는 잘나가던 경마선수였다. 뚝섬경마장 시절을 주름잡았던 뉴질랜드산 괴력마 ‘포경선’에 올라 86년 그랑프리(G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김귀배 선수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경마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낙마로 쇄골뼈가 부러져 핀으로 뼈를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고도 다섯 달 만에 경주로에 복귀했다. 2남 3녀를 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고삐를 더욱 단단히 잡아당기게 하였다. 성적이 좋지 못해 경제적인 넉넉함을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자녀들에게 경주 모습을 보이는 것조차 꺼렸지만 몰래 경마장을 찾아 아버지 모습을 지켜보는 막내딸의 응원은 큰 힘이 되곤 한다.

좋은 말, 나쁜 말 가리지 않고 부단히 말몰이에만 집중해온 김귀배 선수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2,3년 만에 힘겹게 1승을 올리던 그가 2010년부터 꾸준히 한해 6승 이상을 올리고, 50승 내외에 머물던 출전기회를 170회 이상으로 늘려가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93년 이후 총 297승으로 이제 300승까지 세 번의 우승을 남겨두고 있다.

존재만으로도 경주로를 빛내는 그의 출전은 늘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는다. 35년 세월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긴 오천 칠백 사십 번의 질주. 시대적 상황과 악재에도 굴하지 않고 누구도 쉽게 쫓아오지 못할 자취를 경주로에 새긴 김귀배 기수는 가히 인간승리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이것이 바로 그가 경마의 역사를 함께해온 ‘최고령’기수이자 존재만으로도 위대한 ‘최고’기수인 이유다.  
경마선수는 물론이고 모든 스포츠선수의 귀감이 되고 있는 김귀배 선수에게 찬사를 보낸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