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퀸즈투어시리즈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둬 대한민국 여왕마에 등극하고 그랑프리까지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킨 ‘감동의바다’의 은퇴여부를 놓고 말산업계에 논란이 뜨겁다. ‘감동의바다’는 해당 년도 은퇴와 더불어 번식에 투입할 경우 3억 원의 부가상금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하지 않을 경우 부가상금을 받을 수 없다. 마주와 조교사가 은퇴하지 않고 현역으로 계속 활동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우수 경주마 생산’이라는 정책과 충돌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경마산업은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생산의 순환 시스템을 통해서 발전해간다. 경마를 시행하는 이유는 경주를 통해 우수 경주마를 발굴하고 해당 경주마가 더 좋은 자마를 생산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세계의 경마산업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산업으로써 경쟁의 핵심은 어느 나라가 더 우수한 씨수말을 소유하는가로 모아진다. 그러다보니 미국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세계 선진 경마시행 국가에서는 경마에서 벌어들이는 상금보다 교배와 생산-육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훨씬 많은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1999년에 사망한 ‘미스터프로스펙터’의 1회 교배료가 75만불(한화 약 8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순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경마시행의 역사는 9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경주마의 생산-육성- 경주-생산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첫 시행된 퀸즈투어에서 발군의 실력이 선보이며 부가상금 획득 기회를 거머쥔 ‘감동의바다’가 씨암말로의 용도변경을 전제로한 부가상금 3억원 수득을 포기하고 경주마 생활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마사회가 ‘감동의바다’에 대해 올해 퀸즈투어 시리즈 출전을 제한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게 되었다.

박광순 마주와 김영관 조교사는 그랑프리 우승으로 돌풍을 일으킨 ‘감동의바다’가 올해 4세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부가상금을 포기하고 계속 경주에 출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연말부터 ‘감동의바다’가 씨암말로의 전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망되어 왔다. 부경과 서울경마공원을 대표하는 기존 경주마가 노령에 접어들고, 뚜렷하게 부각되는 신예들이 부족한 실정에서 ‘감동의바다’의 지속적인 활약에 이의가 없을 정도로 경주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마사회가 ‘감동의바다’에게 올해 펼쳐지는 퀸즈투어 시리즈에 출전 제한을 하면서, 관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해당 제약이 마주의 개인 재산인 경주마의 출전기회 제한과 유예기간 없는 제도 시행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퀸즈투어 시리즈가 생산환류를 전제로 특별적립금에서 상금을 마련했던 사업으로 ‘감동의바다’의 경주마 활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생산환류의 목적으로 개최되는 퀸즈투어 3개 대회의 출전에 제한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한국마사회의 결정에 대해 ‘감동의바다’와 관련된 사람들은 당초 퀸즈투어 시리즈를 실시할 때, 해당 년도에 씨암말로 용도변경을 등록할 경우 3억원의 부가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 외에는 경주마로 계속 활동할 경우 어떤 제한을 둔다는 조항이 없었다가 갑작스럽게 출전제한을 만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것은 분명 한국마사회의 잘못이라며 이는 마주의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반발을 보이고 있다. 자칫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마산업 수준은 이제 겨우 파트3국에 머물고 있다. 파트2를 지나 파트1에 이르기까지 말산업종사자 모두의 지혜와 용기가 모아져야 한다. 이미 다른 산업분야는 세계1등을 달리고 있는데 경마산업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