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국경마의 가장 큰 병폐는 소위 ‘간다 안간다’로 일컬어지는 경마부정 또는 승부조작 시도이다.

한국마사회는 부정경마가 발생할 때마다 이러저러한 통제와 규제정책을 내놓고 단속을 강화하곤 했다. 그러나 규제와 단속은 또 다른 부정행위만을 파생시킬 뿐 효과적인 방지책은 되지 못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부정경마를 없앨 수 있을까. 경마는 모든 단계가 철저한 자율경쟁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선의의 자율경쟁을 통해서 열심히 노력한 경주마와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 공정경마가 보장되고 경마의 즐거움도 배가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경마팬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불만도 있겠지만 특정 경주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안목으로 레이스를 분석하고 객관적인 판단에 의한 불만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올해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스테익에서 우승한 스마티존스의 몸값이 3천9백만달러(한화 약 4백50억원)에 신디케이트로 마주들이 형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총 경마상금의 절반이 넘는 액수가 경주마 1두의 몸값이다. 이런 것을 비교하다보면 한국경마는 왜 이리도 초라한 것일까 분노를 넘어 비애감까지 들기도 한다. 파트3국에 진입한 것 자체가 한국경마산업의 혁명적 변화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경마의 고질적인 병폐인 승부조작시도 또는 부정경마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속과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인 과정을 통해서 증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도와 정책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데 도달하게 된다.

여러제도와 정책 중에서도 경주편성과 상금제도를 연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다. 단일경주에 대한 경마상금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1년간 총상금 규모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경마상금이 절대적인 열세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을 풀이하면 결국 한국경마는 나눠먹기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가 벌어들이는 상금과 그렇지 못한 경주마가 벌어들이는 상금의 격차가 크지않다는 것을 급방 알 수 있다.

우리경마가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가 펼치는 레이스와 그렇지 못한 경주마가 펼치는 레이스의 상금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놓아야 한다. 능력이 모자라는 경주마는 그들끼리 상금이 적은 레이스에서 경합을 벌이도록 해야 하고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는 많은 상금에 걸린 레이스에서 자웅을 겨루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금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경주편성 제도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행 군체계를 전면 폐지하고 활용가능한 모든 경주마를 대상으로 성별 나이 수득상금 우승횟수를 기본으로 하는 경주편성체계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즉 총상금 규모가 수백만원 아주 적은 상금의 경주부터 수십억원에 이르는 경주까지 다양하게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코리언더비나 그랑프리 또는 국제경마대회를 신설한다면 그런 경주의 경우 상금규모를 수십억원으로 하여 국제적인 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 반면 저질의 경주마 레이스는 현행 상금규모 보다 훨씬 적은 상금으로 경주를 편성하면 능력이 되지않는 경주마는 자연스럽게 도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수한 경주마는 천정부지로 몸값이 올라가 생사자 마주들에게 최대의 보상을 안겨다줄 것이다. 조교사나 기수 관리사들도 그런 유명한 경주마를 만들어내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승부조작이나 부정경마는 획책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한번에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경주마 한마리를 만들기 위해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마주는 마주대로 조교사나 기수, 관리사는 그들대로 모든 노력을 아끼지않을 것이다. 공정경마 구현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금과 연계한 경주편성 개선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