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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꽃마차 사건으로 잘 알려진 ‘깜돌이’와 ‘삼돌이’가 건국승마교육원으로 입양갔다. 사건 당시에 잠시 머물렀던 한국마사회에서 본 깜돌이와 삼돌이는 마르고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했다. 3달이 지난 지금, 깜돌이와 삼돌이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깜돌이와 삼돌이를 지극 정성 돌보고 있는 ‘엄마’, 건국승마교육원의 조성옥 대표와 인터뷰를 나눴다. - 기자 말
- 깜돌이와 삼돌이를 데려오게 된 이유는?
운명이다. 학대 영상을 보고 며칠 동안 물도 못 마시고 잠도 못잤다. 마사회에 가서 깜돌이를 처음 봤을 때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학대받았던 시절을 잊게 하고 그 부분을 메워주고 싶은 마음에 데리고 왔다. 아이들이 학대 때문에 발도 절룩거리고 마차를 끌던 등허리도 아파서 관심을 돌봐야 할 부분이 많다. ‘이익 창출’이라고 말하는 경제성 부분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 애들을 데려왔을 때 발굽이 잘 안 깎여 있고 엉망이어서 ‘이제 안락하게 살 수 있게 잘 보살펴줘야지’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가?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후원은 따로 받고 있지 않다. 특히 몇 분은 “도와줄 테니 계좌번호를 말해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초심을 잃을까봐 나 자신이 두려워서다. 대신 ‘천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달 단위로 당근을 상자째 가져온다. 이런 관심이 더 감사하다.
- 말 이외에도 동물이 많은데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어려서부터 동물과 아이들이 좋았다. 건국승마교육원도 승마를 하면서 말이 좋아서 시작했다. 4~5년 전에 우연히 유기견 한 마리를 키운 일을 계기로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자주 승마장 옆에 두고 간다. 지금은 개 4마리, 고양이 3마리, 염소 1마리 이외에도 많은 동물이 사는데 지금 남아 있는 개들은 아픈 곳이 많아서 사람들이 데려가질 않는다. 나중에 찾아가도 되냐는 조건을 걸고 입양을 보낸다. 어느 날 하루는 어떤 사람이 큰 개를 두고 가서 곤란해 하던 차에 지인이 자기가 키우겠다고 나섰다. 떠날 준비를 시키는 중에 지인이 그 개를 보며 “몇 인분은 되겠는데”하며 입을 쩝쩝거렸다. 그 말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다시 데려왔다. 이 사건으로 집 잃은 아이들을 더 보살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깜돌이를 학대한 전 주인이 아직도 꽃마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요즘 동물사랑실천협회와 함께 ‘꽃마차 중단 희망버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꽃마차 운영도 생계가 달린 문제라서 무조건 잘못됐다,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꽃마차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복지 문제에 조금이나마 주의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말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없이 마차를 끌게 한다. 말은 개를 기르는 것과는 다르다. 개와 다르게 말은 자라나는 발굽에 맞게 편자도 잘 맞춰줘야 하고 화장실, 먹이, 쉼터도 제대로 마련되어야 하는데 꽃마차를 운영하면 이런 기본적인 조건도 어렵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달리게 하면서 도로 위에서 오줌을 눌까 봐 물 한 방울도 주지 않는 곳이 태반이다. 말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꽃마차를 중단토록 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 악의를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다.
아직 한국에서는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깜돌이와 삼돌이를 데려왔을 때도 어떤 분이 “걔들 먹이려고 돈 들이는 것보다 삼만 원이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대신 동물을 선택한 것처럼 얘기해서 마음에 상처가 됐다. 꼭 아동복지와 동물복지를 나눠서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빈부격차가 크고 먹고살기 급급한데 동물복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잘 안다. 그래도 동물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폄훼하는 말은 삼갔으면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각의 역할이 있는 것이지 한 개인이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사실 18년 동안 불우이웃돕기도 하고 있다. ‘틈새 계층’이라는 말이 있다. 엄마아빠가 다 있어도 밥을 못 먹는 아이들처럼 특수한 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이 틈새 계층을 누가 도울 수 있는가. 사정을 아는 민간이다. 깜돌이와 삼돌이도 틈새 계층과 같은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 남양주시에서 깜돌이와 삼돌이 집 철거 명령을 내렸다.
깜돌이와 삼돌이를 데리고 오면서 일부러 언론에도 잘 알리지 않았다. 취재 온다고 해도 거부할 정도였다. 늘 처음 마음가짐대로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고발해서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마저 뺏기게 됐다. 시청을 찾아가 하소연도 하고 사정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예외를 둘 수 없다고 한다. 민감한 아이들이라 다른 마방 안에 두면 위험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아이들 상태부터 확인할 정도다. 아이들의 집을 허물어야 한다니 가슴이 아프다. 제발 아이들 집만큼은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우리 아이들을 살려 달라.
황수인 기자
▲ 깜돌이를 보러온 어린이집 아이들. 조성옥 대표가 깜돌이를 매만지며 아이들에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 유기견을 달래주고 있는 조성옥 대표. 친구를 잃은 지 얼마 안 되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 깜돌이의 콧등을 만지고 있는 조성옥 대표. 깜돌이가 기분 좋은 듯이 조 대표의 손길을 그저 느끼고 있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