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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시설과 말 이용업 등에 관한 농지 전용 및 용도 변경 문제로 최근 전국 50여 곳의 승마시설에 대한 단속과 행정 처분이 계속되는 가운데(관련 기사: 잔인한 봄…‘민원’과 ‘단속’에 문 닫는 승마클럽 속출) 전국의 승마클럽 관계자들과 말 이용업자들, 축산 농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무책임한 당국을 성토하고 나섰다.
4월 27일 오후 1시, 충북 청주시 오창읍 소재 주몽승마장에서 모인 이들은 하나 같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미흡한 법령으로 우리 축산농민만 피해를 입었다”, “책임져야 할 정부가 뒷전에 물러서 있다”, “앞으로 평생 말을 타지도, 승마클럽을 운영하지도 않겠다”, “말산업육성법만 믿고 승마시설을 시작한 우리가 무슨 죄인가”하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이날 모인 인사들은 한우를 키우다가 말로 전향한 축산농민, 가축 매매 전문가, 전문 분야 관련업을 하다가 승마클럽을 운영하게 된 경영자들로 2011년 말산업육성법 시행과 더불어 말산업 및 승마산업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 승마클럽 허가가 어렵다는 점,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체육 시설로 봐서 체시법에 적용, 토지 전용을 요구받거나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점, 용도 변경에 따른 민원 발생으로 승마클럽 문을 닫아야 하는 현장의 애로를 토로했다.
경기도 양평에서 온 한 인사는 말산업육성법 시행 후 승마클럽을 하고자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문의까지 했고, “말산업은 농어민 소득 창출을 위한 미래 전도 유망한 산업”이라는 답변을 들을 뒤 법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실히 이행해 승마클럽 영업 허가를 낸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농지에서는 절대로 말을 이용한 영업 행위를 할 수 없다며 영업 허가를 받지 못했다. 말산업육성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부분이다. 이 인사는 “모든 법에는 단서 조항이 있어야 하는데 말산업육성법은 빠져 있다. 농지에서 말을 이용한 영업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면 승마클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나귀 체험, 딸기 체험 등도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라며 “왜 농지에서 소를 타는 건 되고 말을 타는 건 불법인가. 우리가 잘못해서 불법이 된 게 아니다. 말산업육성법만 바라보고 승마산업에 뛰어든 우리가 무슨 죄인가”하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일단 승마클럽 허가를 해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는 것 외에는 없다”며, 최근에는 공무원들이 단속을 와서 불법건축물이 없는지 감시하고 간 상황도 전했다.
경북 영주에서 승마클럽을 운영하다가 민원이 제기, 단속에 걸려 최근 문을 닫았다는 한 인사는 “말산업육성법의 모순으로 우리가 희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체육 용지에서는 어떤 체육시설, 농어촌시설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조항이 초기 말산업육성법과 체시법에는 없었다”며, 관련 법안의 미비한 점을 꼬집었다.
이날 모인 인사들은 결국 정부가 졸속으로 만든 ‘말산업육성법’만 믿고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추진했다가 관계 법들의 모순으로 피해를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하기 위해서 농지를 체육부지로 전환할 필요가 없지만, 농지법에 걸려 전용 부담금까지 내고 체육 부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도 가뜩이나 어려운 축산농민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날 모임을 주최한 최기영 전국말축산농민협회장은 “말산업 관련 법안의 모순으로 축산농민만 피해를 입었다”며, “승마를 축산법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말 다수의 승마클럽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정부의 빠른 대처가 없다면 말을 이끌고 곧 여의도나 각 기초자치단체를 찾아 대중집회 또는 릴레이 1인 시위도 할 예정이다. 아래는 전국말축산농민협회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4월 27일 주몽승마장에 모인 승마클럽 관계자, 축산농민들은 “승마를 축산으로 인정하고 농지법을 개정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국말축산농민협회는 지난 1월 26일 청주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전국말축산농민협회 측은 3월 6일 열린 말산업 육성과 발전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말축산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승마를 축산으로 인정하고 농지법을 개정하라!”
지자체에서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농지에서 체험 승마를 시켰기 때문에 당장 마구간을 철거하라는 명령서였습니다. 땅주인에게도 똑같은 명령서가 날아갔습니다. 임대해 준 농지를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농지가액 100분의 50의 벌금에 처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주가 놀라 임대 기간을 무시한 채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승마시설 철거 명령서는 충북 청주와 충주, 경북 경산과 영주 그리고 경기 고양과 이천, 인천 강화 등 전국 50여 곳 이상의 농어촌형 승마시설에 날아왔습니다. 농업진흥구역 내에서 말을 탄다는 이유였습니다. 농지를 대지로 전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12년 전국 말 사육 농가에 우편물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국가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말산업육성법’이란 법령을 뽑은 인쇄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승마시설 설치 법령 및 절차 매뉴얼’이란 소책자가 왔습니다. 두 우편물 어디에도 절대 농지에 승마시설을 할 수 없다고 기술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승마시설은 2천 평이 아닌 150평 이상의 부지에 어디나 설치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친절하게 보내준 우편물대로 말을 구하고 농사짓던 땅에 축사를 지어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지자체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필증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지자체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문의했습니다. 그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한국마사회에서 안내 책자를 잘못 배포했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믿은 농축산 농민들의 희생은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합니까? 좋습니다. 한국마사회는 일반 기업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직접 송달한 국가정보센터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배포한 인쇄물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는 국회 농축산위원회 측의 질문에 말산업을 확장하기 위한 안내일 뿐이라고 답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 말축산농민들이 무식해서 농림부의 형이상학적 해석을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님, 무식한 농민들에게 좀 더 친절할 수는 없습니까?
지금 시각, 우리가 여기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는 순간에도 산하 각 지자체 농지과 직원들은 말 축산 농가를 찾아 농지법 운운하며 겁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속한다”고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께 묻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대한민국 공무원이 왜 이렇게 옹색한 변명을 하게 합니까? 중앙 말산업 책임자 정책 과장마저 파악하지 못한 농어촌형 승마시설에 대한 축사를 ‘일반 민간인이 산 속 골짜기 승마시설’까지 들추어내 민원을 넣었다, 삼척동자가 웃을 일입니다. 최고의 정보력을 갖고 있는 정부가 민간 파파라치보다 못하단 말입니까? 대한민국 농축산식품업을 책임지는 중앙 정부의 수장이란 직책이 창피하지 않습니까?
우리 말축산농민은 지금 당장 농어촌형 승마시설에 대한 탄압을 중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축산에 포함하지 않은 현행 농지법은 분명 개정되어야 할 법 조항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3월 6일 국민농업포럼이 주관한 말산업 육성과 발전 방안 토론회에 참여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과 김우남 국회 농축산위원장 의원을 비롯, 수 명의 국회의원과 토론자들이 모두 하나 같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우리 말축산농민협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말산업 육성 정책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경마산업을 확장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말산업을 입안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버릴 수 없습니다. 또한 경북 영천 경마장 시설과 화상 마권 발매소를 짓기 위해 우리 축산 농민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 말축산농민협회는 정부의 나쁜 법 집행이 당장 중지되고, 말산업육성법이 당장 보완 발의할 것을 요구합니다. 만약 이런 것들이 실천적으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우리 전국 말축산농민협회는 전국 축산 농민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농어촌형 승마시설을 축산업에 포함시켜라!
승마를 축산으로 인정하고 농지법을 개정하라!
말축산농민에 대한 탄압을 주장하라!
말축산인은 경마산업의 들러리가 아니다. 말산업육성법을 중지하라!
2015년 4월 27일
전국말축산농민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