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막강 추입력‘청파’

9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추입형 암말로서, 3대 스포츠신문사 주최의 경마대회를 모두 석권했던 유일한 경주마 ‘청파’. 96년 초여름에 데뷔전을 치른 다음, 경마대회 4관왕의 위업을 남기고 퇴사할 때까지, ‘신세대’를 비롯한 선행형 준족들에겐 잠시도 고삐를 늦출 수 없게끔 만든 공포의 대상이었다. 98년 스포츠조선배를 시작으로 연거푸 경마대회 3연승을 일궈내며 전성기를 보냈으나, 그해 그랑프리 출전 후 찾아온 부상으로 안타깝게 경주마 생활을 접어야 했다. 흔히 경주마 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등장하는 3F 화롱타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강단을 과시했던 ‘청파’. 현재는 제주도에 위치한 대천목장에서 작년 4월경 ‘로스트마운틴’의 자마를 순산하며 성공적인 씨암말 생활을 보내고 있다. 무소불위의 ‘청파’가 강호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제12회 스포츠서울배 경마대회를 살펴본다.

C3 등급 신예들의 격전장
97년 6월 22일 제8경주로 치러진 제12회 스포츠서울배 경마대회는 그 당시 잠재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승세의 신예들로 편성된 C3등급 1400m 거리의 경주였다. 암, 수, 거세마의 구분 없이 동일한 별정Ⅱ 방식으로 편성된 이날 대회에서는 직전 스포츠조선배에서 2위로 아쉬움을 남긴 ‘싹스킹’, 그리고 아직 전성기의 걸음에는 힘이 덜 찬 듯한 신예 ‘풀그림’과 뚝심의‘서운’, ‘청파’ 등이 인기를 모았다.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게이트를 꽉 채운 14두의 마필이 일제히 출발했고, 대부분의 예측대로 10번 ‘싹스킹’이 선두를 이끌었다. 여기에 최외곽 게이트의 불리함이 있었던 14번 ‘풀그림’이 뒤를 바짝 ？으며 3코너 중반부분까지 각축을 펼쳤고, 2번 ‘서운’이 3위권에서 호시탐탐 선두권 진출을 노렸다. 이윽고 4코너 돌아서 결승주로에 접어들자 체력부담이 컸던 10번 ‘싹스킹’의 걸음이 눈에 띄게 둔해졌고, 2번 ‘서운’이 외곽으로 치고 나가는 사이, 하위권에서 맴돌던 4번 ‘청파’의 추입이 시작됐다. 결국 36초 8의 3F 화롱타임으로 무시무시한 뒷심을 보인 4번 ‘청파’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며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최혜식 조교사
그 무렵 명마 ‘대견’이 고부담중량 후유증과 마주의 사업실패 등의 잇따른 악재로 경주출전조차 불투명했던 어려운 상황에서, 39조 최혜식 조교사는 또 다른 명마 ‘청파’를 발굴하며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날 대회를 앞두고 우승을 자신했다는 최조교사는 그 이듬해 ‘청파’와 함께 경마대회 3연속 우승의 기쁨을 이어나갔다.

신형철 기수
경주 내내 최하위권에서 머물던 ‘청파’의 신형철 기수는 결승주로에서 용수철 같은 추입력을 폭발시키며 우승을 안았다. 94년 10월의 문광부장관배에서 ‘대견’으로 경마대회 첫 승을 챙긴바 있는 신형철 기수는 이후 ‘청파’, ‘자당’ 등의 최고 암말을 연이어 만나며 경마대회 통산 7승의 기록을 갖고 있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