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천’ 국산마 경마대회 첫 우승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던 경마대회 가운데, 현재 그랑프리를 제외하고는 명실공히 모두 국산마 부문으로 전환됐다. 상반기 최고의 경마대회 무궁화배는 코리안더비로 명칭을 바꿨고, 마사회장배와 함께 최근의 농림부장관배 또한 국산마들의 잔치로 치러지고 있다. 1988년 ‘원당1호’가 데뷔하며 국산마 시초로 기록된 이래, ‘오류천’이 국산마로서 첫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한지 10년만에 나타난 괄목할만한 변화다. 1992년 3월 22일 국산마 ‘오류천’이 경마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던 그때의 감격을 되짚어 본다.

선행형 ‘오류천’의 깜짝 추입승
지하철 4호선 건설공사가 한창이던 1992년 3월,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고역을 마다 않고 찾아온 3만7천여명의 관람객이 운집한 가운데, 제8회 마사회장배 경마대회가 치러졌다. C2 등급 2000m 레이스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는 우승상금 730만원을 놓고 12두의 준마들이 출사표를 던졌으며, 이변이 속출했던 마사회장배의 전통에 비추어 우승마를 쉽게 점칠 수 없는 레이스였다. 경주 전 경마팬들은 김종온 기수의 5번 ‘장군멍군’을 강력한 입상후보로 꼽았고, 1번 ‘유종미’, 6번 ‘수훈’, 9A번 ‘모나코’ 등이 인기마로 지목됐다.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8B번 ‘해탈’이 선두로 나섰고, 그 뒤를 인코스의 1번 ‘유종미’와 2번 ‘불새’가 이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유일한 국산마 3번 ‘오류천’이 하위권에 머무는 가운데, 4코너에 접어들며 치열한 자리다툼이 시작됐다. 8B번 ‘해탈’의 선두가 계속 이어졌으나, 2번 ‘불새’, 9A번 ‘모나코’ 등이 거리를 좁혀왔고, 전형적인 선행형 질주습성으로 후미에서 고전하고 있던 3번 ‘오류천’이 속도를 내며 선두를 압박해 왔다. 결승선 200m 전방에서 선두권 마필들이 무너짐과 동시에 6번 ‘수훈’과 3번 ‘오류천’의 막판 다툼으로 압축됐고, 인코스 추입이 돋보였던 ‘오류천’의 우승으로 레이스가 마무리 됐다.

최재구 기수
‘오류천’과 평소 호흡을 맞춰온 유재길 기수 대신 기승하게 된 최재구 기수는 이날 우승으로 경마대회 통산 4승의 기쁨을 누렸다. 강한 승부근성으로 많은 경마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최기수는 선행위주로 알려진 ‘오류천’을 침착하게 제어한 끝에 막판 추입력을 폭발시켜, 국산마 첫 경마대회 우승의 값진 성과를 일궈 냈다.

‘오류천’ 우승의 의미
국산마 ‘오류천’의 우승은 시상식에 선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산마 발전을 염원해왔던 모든 경마인들의 잔치였다. 84년 원당 종마목장 건설이래 밤낮없이 심혈을 기울여 온 마필 생산 관계자들의 꿈과 보람이 실현된 결과였다. 이는 곧 그랑프리 2관마 ‘가속도’의 씨암말 전용 같은 가시적인 투자로 이어졌고, 국산마 발전의 큰 기폭제가 됐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