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가운데 발빠른 도주형 암말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발정기의 암말이 유난히 맹위를 떨치는 현상도 자신을 따라온 수말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베필과 짝짓기를 위한 본능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도주형 암말 가운데서 대표적인 경주마는 90년대 중반의 ‘햇빛바람’, 그리고 현재 활약하는 ‘자당’, ‘토탈’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랑프리 2관마 ‘가속도’와 함께 그 뒤를 이었던 초특급 선행마 ‘광대한’을 잊을 수 없다. 현재 과천벌에서 활약하는 출중한 선행형 ‘장수’의 어미말로 간간히 안부가 전해지는 ‘광대한’. 90년대 초반 경주로의 바람으로 불렸던 ‘광대한’이 차지했던 제1회 SBS배 경마대회를 되돌아본다.

‘광대한’의 여유 있는 낙승
1993년 11월 13일 제7경주로 펼쳐진 제1회 SBS배 경마대회. 최초의 공중파 방송사배 경마대회라는 점에서 경마팬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총 입장인원 4만3천여 경마팬이 운집한 가운데 C2등급 마필 10두가 방송사배 첫 우승의 영예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530Kg의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추입력으로 우승후보 물망에 오른 7번 ‘군주’와 베테랑 김명국 기수 기승한 신예준족 2번 ‘쥬피터’, 특유의 선행력에 1번 게이트 배정 받아 선전이 기대된 ‘광대한’, 그리고 장거리 경험이 풍부한 추입형 각질의 8번 ‘명물’이 경마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상후보로 지목됐다.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의외로 4번 ‘돌더피크’가 선행에 나서는 듯했으나 곧 1번 ‘광대한’이 선두를 빼앗으며 레이스를 이끌었다. 1번, 4번 이렇게 2두의 선행마가 5∼6 마신의 거리차이를 보이며 레이스 중반까지 이끌었고, 그 뒤로 박태종 기수의 8번 ‘명물’과 9번 ‘금위대장’이 따랐다. 경주 내내 순위변동 없는 가운데, 초반 선두권 확보에 이은 적절한 체력안배까지 성공한 김모근 기수의 ‘광대한’이 2위마와 무려 6마신 차이로 결승선을 골인했다. 8번 ‘명물’은 사진판정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4번 ‘돌더피크’를 목 차이로 제압하며 2위를 차지하는 박빙의 승부를 연출했다.

박흥진 조교사
마방운영에 있어 일사분란한 진두지휘로 명성이 높았던 38조 박흥진 조교사. 경주를 앞두고 살펴본 결과, ‘광대한’에 필적할 만한 상대마가 없어 여유 있는 낙승을 예견했다고 한다. 우승소감에서는 마방식구들의 노고에 이은 결실임을 강조했고, 92년 ‘케뷔’의 뚝섬배 우승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에 감사해했다.

김모근 기수
박태종 기수의 신인시절 38조 마방을 이끌었던 김모근 기수. ‘광대한’의 순발력이 워낙 좋아 경주초반 오버페이스에 따른 적절한 힘의 안배가 어려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소속조의 박태종 기수 기승한 ‘명물’과 함께 동반입상해서 기뻤다는 그는 91년 제9회 한.일 쟈키컵 우승 이후 2년여만에 경마대회 우승의 영광을 재현했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