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승부 -제5회 JRA트로피 경마대회-
불꽃같은 짧은 투혼 ‘바다’

1997년 5월에 열린 상반기 최고의 경마대회 무궁화배 우승을 차지한 후, 갑작스런 산통으로 사망해 많은 경마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경주마 ‘바다’. 경주편성에 따라 질주습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항상 결승선 근처에서 강호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만들었던 숨은 복병이었다. 동시대의 최강자였던 ‘훌라밍고’, ‘지구력’, ‘금맥’,  등의 강호들과 견줘 봐도, 전혀 손색없던 발걸음을 지녔던 ‘바다’. 능력절정기에 경주마 생활을 마감했던 이 마필이 비로소 정상권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제5회 JRA트로피 경마대회를 살펴본다.                                                                                    
-신예강호들의 각축장
1996년 9월 15일에 치러진 제5회 JRA트로피 경마대회는 출발게이트를 꽉 채운 C2등급 준마 14두가 1800m 거리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열띤 승부를 벌였다. 직전 스포츠서울배 우승의 여세를 몰아 출사표를 던진 ‘아담’과 추입력 좋은 아일랜드산 경주마 ‘유레카’, 그리고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타고 있던 ‘스콜피오’, ‘나이아나’, ‘강타’ 등의 기라성 같은 마필들이 출전마의 면면이었다.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외곽에서 ‘강타’와 11번 ‘강세’가 선두경합을 벌이며 레이스를 이끌었고, 우승후보로 인기를 모은 12번 ‘아담’이 중위권 가운데 선두를 점했다. 일정한 양상으로 전개되던 흐름이 3코너 초입부분에서 4번 ‘나이아나’, 10번 ‘천자’의 선두탈환으로 긴박감을 더해 가는데, 최후미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1번 ‘유레카’, 7번 ‘바다’ 등의 추입마가 크게 원을 그리며 4코너를 선회했다. 이윽고 인코스로 결승주로에 접어든 ‘아담’이 막판 스퍼트를 시작했고, 외곽에서는 김옥성 기수의 ‘바다’가 마지막 역습을 노렸다. 결국 ‘바다’의 끝걸음이 맹위를 떨치며 2위 ‘아담’을 1마신 차로 누르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박원덕 조교사
1987년 조교사 데뷔 후, 그 이듬해에 열린 제2회 스포츠서울배에서 ‘거대한’으로 첫 경마대회 우승의 영광을 누렸던 박원덕 조교사. 그후 잊을 수 없는 애마 ‘바다’를 만나 시상식에 다시 서기까지 8년여의 기다림이 있었다. 그 당시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던 이정원 마주와는 올해 스포츠서울배에서 ‘샤즈’의 우승으로 다시 한번 시상식에 나란히 서는 돈독한 우정을 이어 나갔다.

-김옥성 기수
13기 기수동기생인 박태종 기수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다며 유난히 강한 승부욕을 나타냈던 김옥성 기수. 그날 인기 1위 ‘아담’에 기승했던 박태종 기수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하는 선전을 펼쳤다. 우승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는 대역전극의 기쁨 탓인지 시종일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첫째 아들 병우 군과 함께 시상대에 서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