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2024년, 한국 경마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갑진년(甲辰年)은 온라인 마권발매 정식 출범, 시즌제 경마체계의 고도화, 그리고 최초로 연 2회 시행된 야간경마 등 새로운 변화와 도전으로 가득 채워졌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늘 경마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경주마와 함께 숨 가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묵직한 기록을 쌓아가며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경마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올 한 해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명마의 산실’ 1조를 이끄는 박종곤 조교사, 통산 600승의 위업
경마계의 베테랑 박종곤 조교사는 갓 스무 살을 넘긴 나이에 기수로 시작해, 1997년 조교사로 전환한 뒤 서울경마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심청사달(心淸事達)”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아 온 그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과 정성 어린 노력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조교사로서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개업 후 3~4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그는 ‘청담도끼’와 ‘라온퍼스트’를 통해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2022년 한 해에만 8개의 대상경주를 석권하며 상금 50억 7000만 원을 쌓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올해 10월 20일, 서울 제11경주에서 ‘라온포레스트’와 함께 통산 600승을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경마계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박 조교사는 여전히 직접 현장을 지키며 경주마의 개성과 컨디션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그는 “좌우명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매사에 정성을 다하면 좋은 일이 따라온다고 믿는다”며 “경마팬과 마주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라온’ 시리즈를 포함해 약 36두를 관리하는 그의 마방은 내년에도 ‘명마 맛집’의 명성을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20년 기수 경험을 녹여내며 서울경마 정상에 오른 정호익 조교사
정호익 조교사는 기수로 20년을 활동한 후, 2006년 조교사로 전환하며 새로운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여정은 ‘늦깎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출발했지만, 특유의 승부사 기질과 빠른 판단력으로 다승 조교사 탑티어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난 8월 4일, 서울 제6경주에서 ‘글로벌코디’와 함께 600승을 달성한 그는 “이번에는 600승을 반드시 이뤄낼 줄 알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공을 동료들과 마주들의 공으로 돌리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이후에도 그의 마방은 승수를 쌓아 현재 618승으로 서울경마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정호익 조교사는 현재 ‘글로벌보배’, ‘마이센터’, ‘소울메리트’ 등 약 39두를 관리하며 다양한 마주들과 신뢰를 쌓고 있다. 그는 내년에도 다승뿐만 아니라 대상경주 우승을 목표로 새로운 역사를 준비 중이다.
1000승을 향해 달려가는 김용근 기수, 기록 너머의 가치를 말하다
2005년 부산경남 렛츠런파크에서 데뷔한 김용근 기수는 2017년 서울로 무대를 옮기며 화려한 이력을 이어갔다. 프리기수로 활동하며 한 해 658회의 기승이라는 믿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고, 그해 승률 14.7%, 연승률 42.4%를 기록하며 ‘흥행 보증수표’로 떠올랐다.
다리 골절로 인한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이를 극복하고 600승을 달성한 후 꾸준히 승수를 쌓아왔다. 올 상반기에는 드디어 900승 고지에 올라섰다. 팬들이 기대했던 ‘드래곤킹덤’과의 900승은 아쉽게 불발됐지만, 그는 이내 ‘도끼불패’와 함께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김 기수는 “1000승이라는 목표는 크지만 이제는 숫자보다는 경주의 완성도를 높이고 팬들에게 진정한 경마의 묘미를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승수는 940승에 이르렀고, 서울경마 다승 기록 3위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묵묵히 쌓아 올린 900승, 최범현 기수의 끝없는 도전
2001년 데뷔한 최범현 기수는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했다. 그의 동기인 문세영이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것과 달리, 그는 기다림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갔다. 2007년 첫 대상경주 우승을 기록한 후, 2009년에는 그랑프리 2연패를 달성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작년 12월 30일, 최 기수는 서울7경주에서 눈 내리는 주로를 가르며 그림 같은 역전승으로 900승을 달성했다. 그는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경주에 임하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기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1000승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조용히 달려가고 있다.
2024년의 끝자락, 조교사와 기수들이 쌓아 올린 기록들은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단 하루도 흐트러짐 없이 말을 돌보고, 흐름을 읽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땀과 인내가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다. 이들의 어깨에 놓인 책임감은 묵직하지만, 그 무게를 견디며 달리는 순간마다 기록은 역사가 되고, 순간은 영원이 된다. 한국 경마를 이끌어가는 그들의 열정과 헌신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경주로 위에서 묵묵히 빛나고 있다.
팬들의 응원과 신뢰를 가슴에 품은 조교사와 기수들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이 달리는 경주로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경마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기에,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도전이 되어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