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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침체와 승용마 가격 폭락이 주된 원인…국내 농축산계도 반면교사 삼아야
최근 유럽에서 유통 과정 중에 쇠고기에 말고기를 섞어 파는 이른바 ‘가짜 고기 스캔들’이 발생해 유럽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게다가 세계적 식품업체인 N사가 가공식품에 말고기를 섞었으면서도 소비자를 속여 비난을 사고 있다.
전통적 승마 강국으로 말고기 소비가 적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햄버거 패티 및 파스타 소스 등 일부 제품에서 말고기 성분이 검출됐다.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독일·덴마크·핀란드 등 유럽 전역으로 ‘말고기 파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에 쓰인 말고기는 동유럽과 남미 지역 등지에서 도축된 말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동유럽의 승용마 가격이 폭락하자 유통업체들이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소 대신 말고기를 사용해 대대적인 ‘범죄 행위’를 한 것.
이탈리아는 말의 내장 부위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고 프랑스도 최근 소비는 줄었지만 전통적으로 말고기를 먹는 국가다. 하지만 식품 성분을 속였을뿐더러 유통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문제와 말을 학대한 행위가 지적되었기에 이번 문제는 전 유럽을 들썩이게 했다.
한편, 국내에서 말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비싸다. 최근 최상급 한우의 도매가가 kg당 17,000원가량(출처 축산물품질평가원) 하는데 비해 말고기는 kg당 4만 원가량 한다. 말고기는 유해한 콜레스테롤 함량을 저하시키고 단일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특히 쇠고기에는 거의 없는 오메가3 필수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 함량이 풍부해 이상적인 건강식품이다.
국내에서는 말고기가 더 비싸기에 쇠고기로 ‘둔갑’할 이유는 없겠지만, 말산업 선진국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국내 농축산계 생산·유통 체계를 개선하고 유전자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무엇보다 국내에는 합법적인 말 소각장이 마사회 외에는 없고 도축장의 산지 가격이 현지 식당의 기대치와 충돌하고 있어 불법 도축하거나 폐마된 말을 소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국내 말고기 도축·유통 문제도 되짚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