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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되는 ‘한탕치기’식 접근도…지역주민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 찾아야
말산업육성법 시행 3년차, 각 지자체와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말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지자체마다 말산업 기본 인프라인 승마 시설을 포함한 승마장 건설에 무리하게 투자를 하면서 지역주민과 대치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포항시는 36억 원을 들여 북구 양덕동 지역에 승마장 건설을 앞두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이 형식적인 설명회를 했다며 반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주장해 난관에 봉착했다.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리는 주택 단지 인근에서 3,000평 부지의 대형 승마장을 위한 건설이 한창이라 주민들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작년에는 경남 밀양시 산외면 율전리 일대에 승마장 건설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 업체가 승마장 허가를 자진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
주민들은 지자체의 충분한 설명 없는 사업 진행, 시공사의 무리한 공사 강행에 따른 소음과 분진 피해, 지하수 오염 및 산사태 유출 등을 걱정하며 자체적으로 반대 서명 운동이나 시위를 해왔다. 남양주시의 한 주민은 “대문 바로 앞에서 승마장을 건설하고 있으니 진동이 크고 소음 때문에 집에 있을 수 없다. 삶 자체가 무너졌다. 말산업도 좋지만, 사람이 죽어나는데 무슨 소용인가”라고 하소연을 했다. 반면, 지자체는 승마장 건설 등으로 세수 증대를 기대하고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명목, 승마장 허가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없다고 주장하며 대치하는 것.
현행법상 농어촌형 승마시설은 말산업육성법에서, 승마장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승마장 건설 기준이 비교적 까다로운 편인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자들은 말산업이 ‘돈이 된다’는 판단으로 한탕치기 식 접근을 하고, 지역 언론은 업자와 지자체 입장만을 대변한 기사를 써서 승마장 건설 반대 주민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모 일간지 승마 전문 기자는 취재 없이 이 지역 언론 기사를 베껴 기사를 썼고, 주민들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며 반발하자 “(주민과의 통화에서)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기사를 써 줬는데 무슨 말이냐” 하는 등의 처신을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북도 장수군청의 한 관계자는 “한탕치기로 접근하는 업자들 때문에 승마장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그 풍선은 곧 터질 것”이라고 했다. 또 K 승마장 대표는 “기존의 승마장도 경영이 어려운 형편인데 ‘돈’만 보고 우수죽순 승마장 건설을 하면 함께 망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모범 사례도 있다. 경북 구미시는 도심 한 가운데가 아니라 낙동강변 부지를 활용해 승마장을 건설, 지역주민에게 인접 문제로 피해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승마장 완공 뒤에는 승마 강습료 할인, 셔틀 버스 운행 등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말산업육성법 3년차인 올해에는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더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와 시공업체, 주민들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