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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취소사태 근본적 대비책 마련 절실
서울경마공원에서는 지난 98년 8월 폭우로 인해 경주가 진행과 취소를 반복하다 중도에 잔여경주 취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 지난 주 토요경마 전 경주 취소까지 비로 인해 경마가 중단되거나 취소된 경우는 모두 5회에 걸쳐 발생했다.
2001년(2회), 2006년 그리고 2008년 경주취소는 폭우와 집중호우로 인해 눈에 띄게 악화된 경주로와 경주여건이 문제였다면, 지난 주 발생한 경주취소는 비록 경주 전날부터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강수량 100.5mm(기상청 측정 결과)로 이전 취소상황과 비교해볼 때 다소 미약한(?) 상황이었기에 이번 건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경주취소가 비단 일회성에 그칠 것인가. 관계자들은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개연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경주로의 수명이 이제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이유를 든다.
1988년 개장한 이래 과천경마장의 경주취소 사례는 90년대 단 한차례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대 후반에 들면서 폭설과 폭우로 인한 취소 사례가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을 감안하더라도 그 빈도수는 높아만 가고 있다. 특히 지난주 토요경주가 취소되는 과정에서 긴급합동점검반의 최종 주로점검 상황에서 안쪽펜스 쪽 주로의 노면이 완전히 무너진 사실이 드러난 것은 충격적이다. 아무리 배수상황이 좋아서 모래가 빠르게 유실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래층 밑까지 유실되었다는 것은 경주로 상태의 심각성이 상식을 뛰어넘고 있는 수준이다.
이미 경마선진국들은 모래주로는 물론이고 잔디주로를 함께 갖추고 있는 경마장이 많고, 최근에는 전천후 경마시행을 위해 인공주로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안정적인 주로 운영을 위해 시범적으로 인조주로(Synthetic)를 설치한 바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취소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노상 나오는 순회경마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정기간 서울경마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서라도 경주로의 대대적인 보수 또는 전면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경주로의 수명이 다 된 것이라면, 더 이상 경주로의 철저한 관리와 보수를 바라는 것 자체는 무리라는 얘기다.
이번 경주취소에 대해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고들 한다. 경주 취소 과정에서 시행체의 미온적인 대처가 아쉬웠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새 경주취소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시행체 측은 비상대책 회의의 구성을 매뉴얼화 했다. 취소에 대비한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주 토요일 경주가 임박한 오전 9시를 넘어서야 비상대책회의가 개최되었고, 시행체와 기수협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치 않았던 점은 이러한 시스템이 결국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그리고 경주취소 결정 후 제주경주를 중계하는 과정에서도 변변한 제주출마표의 배포 등의 대안 없이 “판돌리기”식으로 중계를 강행했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이중으로 실망감을 안겨준 셈이었다.
이미 새벽훈련에서 기수들의 부상이 속출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비상대책회의를 좀 더 서둘러 가졌다면 취소결정 과정도 매끄러웠을 뿐 더러 제주 출마표를 인쇄배포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벌었을 것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행체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정상적인 경주 시행에 있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정상적이고 질높은 경주를 시행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마철이나 한 겨울만 되면 경주가 정상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비단 경마팬 뿐 아니라 관계자들에게 더 이상 습관적인 고민거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