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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상 터널 벗어나 전성기 컨디션 회복
‘경마장의 리옹’천창기 기수가 스포츠조선배 경마대회를 석권하면서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경마대회 6관왕에 빛나는 천창기 기수가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며 올해 첫 경마대회 우승을 안았다.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7승을 거두면서 최고의 상승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3개월에 이르는 공백기가 아쉽지만, 지난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초반의 아쉬움에 대해 “내 탓이려니 하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천창기 기수의 한마디가 곧 그의 생활관을 말해준다. 그다지 친근한 첫 인상은 아니지만, 조금만 말을 하다보면 끊임없이 나오는 그의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천 기수는 최근 과태금 누적으로 2일의 기승정지를 당했다면서, 얼굴을 붉힌다. 해마다 한해를 결산해 보면 부상으로 경주에 출전하지 못한 적은 있지만, 기승정지가 거의 없는 그였기에......
경마대회 우승과 더불어 좋은 소식이 있다. 지난해부터 빅쓰리로 불리울 정도로 화려한 성적을 기록한 그에게 국제기수 초청경주의 한국기수 대표 선발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리라.
기쁨도 있지만 부담감도 따라왔다. 그래서 경주자체보다도 그 때까지 과정을 중시하면서 최선의 준비를 할 생각이다.
천창기 기수는 경주를 앞두고 항상 남들에게 자신의 컨디션이 최상이며, 경주일에 1백프로의 몸상태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물론 기계가 아닌 이상 언제나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렇듯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은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감을 배가시켜 실전에서 1백프로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87년 13기로 데뷔한 천 기수는 96년까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성적이 아주 저조했던 것은 아니지만 20승 내외의 성적을 거두는 그가 박태종, 김효섭, 임대규 등으로 대표되는 동기들에 비해 관심을 받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97년 그는 한해 35승을 거두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후 99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하게 30승을 넘어서는 성적으로 경마팬 앞에 우뚝 섰다.
이러한 천 기수의 변화에 촉매제가 된 것은 바로 96년 3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아일랜드로의 유학이었다. 물론 꼭 경마유학이 변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스스로도 “경마를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었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새로운 계기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55세까지 경마팬이 인정할 수 있는 기수로 남겠다고 거대한 포부를 밝히는 천 기수는 그때까지 자신의 체력과 기승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또 한번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
얼마남지 않은 5백승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는 “5백승을 한다면 기쁘겠지만 그것보다는 1승 하나 하나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1승 1승이 모여야만 5백승도 가능하다는 이유다.
성적여부에 관계없이 항상 당당하고 긍정적으로 매사에 임한다는 천창기 기수가 가세한 서울경마공원은 또하나의 즐거움을 팬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천창기와 ‘스타우드’의 스포츠조선배 정복기〉
지난해 천창기 기수는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물론 63승의 성적도 있었지만, 무려 6개의 경마대회 우승이야말로 천창기 기수의 주가를 경마팬에게 톡톡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7승을 기록하며 화려한 출발을 한 천창기 기수에게 낙마 부상이라는 먹구름이 끼면서 3월말까지 경주로에 나설 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기에 ‘스타우드’와 함께 나선 스포츠조선배 경마대회에 대한 집념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스타우드’를 직접 훈련시키지 않았지만, 옆에서 볼 때 참으로 좋았다는 것이 천 기수의 평가다. 경마대회 출전 직전에 거둔 3위는 ‘스타우드’의 상태가 반전되는 증거가 됐다. 구절이 좋지 않아 휴양을 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천 기수는 “기수에게는 첫 경주가 하루의 성적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스포츠조선배가 있던 날, ‘통일제왕’에 첫 기승하면서 방해를 받았음에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예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천창기 기수의 올해 첫 경마대회 발주기 문이 열렸다. 스타트를 잘 받으면서 외곽이라는 불리함을 단숨에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유리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후미쪽에 가까운 위치였지만 외곽 게이트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기 힘들었다.
‘스타우드’는 평소 몸이 무거우면 경주중 다소 끄는 버릇이 있는데, 이날은 편안하게 경주를 펼치며 다른 마필들을 잘 따라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천창기 기수와 ‘스타우드’는 결승선 직선주로가 가까워지기만을 기다렸다. 앞으로 치고 나갈 시기를 기다리기 위해.
3코너가 가까워지면서 천 기수는 그의 곁에 있던 ‘더블윈’을 유심히 지켜봤다. 분명 앞말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움직여야하는 시기가 되었는데, 마필의 컨디션이 평소보다 떨어지는 듯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생각의 시간은 잠시, 곧바로 천창기 기수는 승부 타이밍을 시작했다. 만약 ‘더블윈’과 동시에 추진을 했더라면 외곽에 위치했던 ‘스타우드’가 그만큼 체력과 거리면에서 손해를 봤을 것이고 늦게 움직였다면, 앞선을 형성한 마필들과의 거리를 좁히기가 만만치 않아 우승을 놓칠 수도 있었다고 회상한다.
선두마들을 넘어설 때 강력한 인기마 ‘가야산성’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채찍을 대는 순간 ‘스타우드’가 안쪽으로 기대는 모습을 보였지만, 때마침 안쪽으로 다른 마필이 없었
기에 굳이 진로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판단, 추진에 온힘을 쏟았다.
자세는 다소 흐트러졌지만, 언뜻 책에서 봤던 ‘상대와 경합이 있을 때는 굳이 자세에 신경쓰지 말라. 우선 경합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온 신경을 결승선으로 집중했고,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천 기수는 이번 스포츠조선배까지 총 13개의 경마대회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려 6개의 경마대회를 기록했고, 그중에는 G1급인 대통령배 우승도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경마대회 우승중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밝힌다. 지난 1월 병원신세를 진 이후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경주로에 서지 못했고, 병원에 있으면서 불어난 체중으로 인해 과도하게 체중조절을 하다보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과거에 비해 기승수를 줄였던 터라 자신의 생각대로 경주가 풀리고 몸이 따라주면서 이제야 자신이 생각하는 컨디션으로 돌아왔다고 느꼈기 때문이란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