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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마장 조교사협회가 지난해 협회 소속 관리사를 대상으로 첫 해외연수를 실시, 1기생으로 선발돼 연수의 기회를 잡았던 3명이 지난달 「호주 연수결과 보고」를 펴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신삼영(37조 조교보), 서인석(35조 조교보), 김보현(27조 조교승인)씨 등 세 사람은 “비록 3개월 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볼 만큼 보고, 배울 만큼 배운 유익한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좌충우돌 연수기를 들어본다.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경마는 생활이다”
경마선진국이라는 호주에서 이들이 처음 느낀 인상은 경마의 일상화, 생활화였다.
전국에 군소 경마장이 넘쳐나고 여기에 메인 수백, 수십만의 인력들…. 주말이면 모여드는 경마팬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팬(fan)”이었다.
경마장에 오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그 곳 분위기에 행복했던 3개월이라고 전했다.
“담도 쳐져있지 않은 예시장에서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시행체 직원들이 경마팬에 둘러싸여 농담도 주고받고 정보도 스스럼없이 얘기해요. 우리 말 사라면서. 우리 언론에선 경마 때문에 누가 자살하고 패가망신했다는 등의 뉴스만 말하잖아요. 근데 거긴 안 그래요. 경주마가 태어나고 경주에 나와서 성적을 내고 사망하기까지, 또 그 과정에서 말이 만들어지기까지, 경마에 관한 모든 내용을 한결같은 톤으로 보도하죠. 애정이 있단 소리에요”
경마는 곧 일상이고, 생활이고, 문화라는 점에서 김보현 관리사는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경마는 산업이다”
“경마가 시행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정말 정교하게 짜여져 있었습니다. 생산자에서부터 관리사, 기수, 조교사, 마주까지 모든 계층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주마를 보유한 국가라더니 그곳 사람들에게 경마는 중추적 산업이더군요”
경마의 산업화에 대한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신삼영 관리사는 모든 것이 경주마 중심으로, 경마산업의 육성 위주로 정책 결정되고 재빨리 반영되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우리 같으면 어림도 없죠. 하다 못해 경마수익금으로 설립하는 장학재단에 ‘경마’라는 명칭을 쓰느냐 마느냐로 갈등 빚는 걸 보세요. 우리 사회에서 경마는 산업이 아닌 도박에 불과하다는 반증이죠”
선진경마국의 현장을 체험하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것, 그것은 그들의 정교한 기술이나 방대한 규모가 아니었다. 경마에 대한 애정, 경마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공유하려는 ‘열린 마인드’였다.
“대한민국 대표 관리사가 되겠습니다!”
서울경마장 관리사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업무상의 어려움 중의 하나가 바로 신마 순치다. 별도의 정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막연한 경험만을 바탕으로 훈련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천만의 고비를 한 두 번 경험하는 게 아니다.
“요즘 소속조인 27조의 신마 다섯 마리를 직접 순치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배운대로 말과 교감을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하나하나 가르치고 있죠. 채찍 한 번 대지 않고도 제 말을 알아들은 듯 조금씩 악벽을 고쳐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값진 교육을 받고 왔구나 생각되곤해요. 제 스스로가 대견해지더군요(웃음)”
시야를 넓히고 돌아온 이들에겐 공통된 바람이 있다. 대한민국 관리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위상을 높여가는 것.
“경마의 꽃은 기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실상 한 개의 경주가 팬들 앞에 보여지기까지는 숱한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따른다는 걸 몇이나 알까요? 잠도 못 자고 망아지를 받아내는 생산자서부터 이른 새벽 길들여지지 않은 악벽마를 세심한 손길로 다듬어내는 관리사, 경주계획부터 출전까지 꼼꼼히 챙겨야하는 조교사, 그리고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하는 마주… 경마는 하나의 완성된 산업이며 무수한 인력이 장시간 공을 들여야만 비로소 형체를 갖추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엔 팬들이 몫이 절대적이지만. 어느 누구하나 제 위치에 있지 않다면 삐그덕 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든 경마종사자와 일반 팬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들은 각자의 영역이 엄연히 구분되고 또 이를 존중하는 호주경마장의 분위기가 부러웠다고 한다.
“아직은 관리사들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뚜렷한 역할분담도 실상 이뤄지지 못하고 있구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마련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 그것은 우리 관리사 모두가 해나가야 할 과제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