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르고 ‘어’다른 우리말, 너무 어려워요!”
―신선한 소재, 재미있는 말투…기수 생활 친근하게 다뤄
―“2005년까지 5백승 달성할래요!”
본지와 인터넷 경마문화에 연재되고 있는 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가 경마팬은 물론 일반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발주대 안에서의 크고 작은 소동과 경주가 진행되면서 기수들간 오가는 대화, 그때 그때의 상황, 그리고 매주 발생하는 경마장의 소식들까지… 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에는 기수들의 표정 하나 하나가 생생히 살아 있다.
글로써 표현한다는 것은 말로 내뱉는 것보다 배는 어렵다. 말은 금방 잊혀지지만 글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맛깔나는 글솜씨와 재치있는 표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홍대유 회장을 만났다.
“말로는 안되는 게 글로는 통할 때가 있어요. 활자화된 걸 보면서 생각하게 되니까… 그러면서 글쓴이와 읽는이 간에 교감이 생겨나죠”
어느덧 26회째를 맞이한 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 현역 기수가 가려진 곳에서의 은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 때문인지, 처음 연재될 때부터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뭔가 특별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마라는 친근한 소재 속에 뜻밖의 웃음을 전하는 글쓴이의 진솔한 어투와 이를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열린 마음이 있을 뿐이다.
매주 원고지 10매가 넘는 분량을 뚝딱 써내는 것 같아도, 사실 홍회장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쓰는 의도에 따라 그 여파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고, 또 나쁜 쪽으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글쓰는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러면서 표현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단다.
“처음 글을 쓸 때는 4시간이나 걸렸었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우리말은 항상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걸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이제까지 그가 쓴 글은 처음 의도했던 것의 1/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윤승, 발주대, 스타트, 경주전개, 승부처, 그리고 결승선 통과… 한 경주가 벌어지는 동안의 에피소드, 전문적인 경마용어와 지식, 기수들의 내면 세계 등을 6개월 동안 집필할 계획이었지만, 그 사이에 20기 신인기수와 여성기수들의 데뷔도 었었고 박태종 기수는 꿈의 8백승을 달성했으며, 지하주와 박복규는 나란히 공중파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이런저런 경마장 소식들까지 전하다 보니, 앞으로 써 나가야 하는 것들은 더 많아진 셈이다.
“예전에 강병은 기수가 경주로에 윤승 나왔을 때였어요. 말이 잔뜩 흥분해서 간신히 균형잡고 있는데, 이마에 벌이 한 마리 앉았더랍니다. 고삐를 놓고 벌을 쫓자니, 말이 가만있질 않고… 노련한 기수라도 흥분한 말의 잔등에 앉아서는 한손으로 고삐 잡고 그러면서 균형 잡기가 쉽질 않거든요. 결국 벌한테 톡 쏘이고는 잔뜩 부어오른 얼굴로 경주를 치러야 했답니다. 이런 일은 경주 중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거죠”
녹화 방송 중에 발생하는 NG는 얼마든지 재촬영이 가능하지만 경마는 항상 생방이다. 그러기에 더 생생하고 실감나는 에피소드가 있게 마련이고, 그러기에 그 순간의 마음은 더 절박해진다. 기수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그속의 이야기… 솔깃한 경마팬은 귀를 기울이게 되고, 기수들은 자신의 이야기라 더욱 재밌다.
“팬들이 궁금해하고, 알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동안 기수협회 회장직을 맡아 분주한 날을 보내야 했던 홍대유 회장은 이제 기수 본분에도 충실할 생각이다. 공직으로 한동안 접어야 했던 기수로서의 꿈. 이제는 다시 욕심내도 될 것같아 부지런히 새벽훈련과 경주 출전을 해오고 있다. 현재 그가 기록하고 있는 승수는 3백62승. 앞으로 적어도 2005년까지는 현역 생활을 할 생각인 홍회장은 그때까지 5백승 달성을 이뤄야 할 것이라며 다부진 의욕을 보이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그가 기수로서, 협회장으로서, 그리고 ‘경마장 이야기’의 집필자로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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