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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마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제도는 지난해 6월 처음 도입됐다. 전 세계적으로 경마 산업을 운영하는 국가들 중 가장 늦은 도입이었으며, 복권(로또), 스포츠토토, 경륜, 경정 등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서도 현저히 뒤처진 시점이었다.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늦어진 이유는 농식품부의 강한 반대 때문이었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발매가 사행심을 조장하고, 청소년의 접근성을 높이며 도박 중독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도입을 미뤄왔다. 그러나 지난해 6개월간의 시행 결과,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소년 접근 문제는 철저한 본인 인증 시스템을 통해 효과적으로 차단되었으며, 오프라인 이용자보다 온라인 이용자의 평균 베팅 금액이 낮아 경마 건전성 강화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며 온라인 발매 비중을 기존 10%에서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달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경륜과 경정은 이미 온라인 발매 비중을 50%까지 확대했으며, 2025년에는 비중 제한을 폐지할 계획이다. 경륜과 경정이 온라인 발매를 적극 활용해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마에 대해서만 유독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온라인 매출 비중이 10% 한도에 도달하면서 한국마사회는 11월과 12월 온라인 발매를 부분 중단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7월부터 조기 중단이 예상된다. 온라인 발매는 불법 사설 경마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데, 농식품부의 보수적 정책이 오히려 합법 경마를 위축시키고 불법 시장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경마산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와 관련 단체들은 농식품부의 규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마산업이 연간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하고 축산발전기금, 기부금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왔음에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침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8년 7.4조 원이던 경마 매출은 2024년 6.5조 원으로 감소했으며, 축산발전기금 출연액 역시 2011년 1835억 원에서 2023년 773억 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불법 사행산업 규모는 2022년 기준 103조 원을 넘어 합법 경마 산업을 압도하고 있다.
경마업계 관계자들은 "경륜·경정의 온라인 발매 확대가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불법 사행산업 유입을 막는 데 성과를 보였지만, 경마에만 과도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산업 자체가 침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장외발매소 추가 폐쇄와 100% 실명제 운영이 오히려 불법 시장으로의 유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명제 시범 운영 당시 경마 매출이 60% 감소한 사례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정책이 현실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마산업은 단순한 사행산업이 아니라 말 생산, 조련, 승마장 운영 등 다양한 연관 산업과 연결돼 있으며, 특히 농촌 지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경마산업이 위축될 경우, 말산업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신중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경마 시장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플랫폼 확장이 필수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온라인 발매 도입 이후 6개월 만에 8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으며, 글로벌 시장 확장을 통해 올해 남미와 아프리카 등 24개국에 경주 실황을 송출하며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온라인 발매 제한을 유지하면서 경마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농식품부는 과거 팬데믹 시기 온라인 발매 도입을 미루면서 경마 및 말산업계를 위기에 빠뜨렸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경마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합법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