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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고대해는 한가로이 산책하고 있고 특별한 목적이 없으니 걸음걸이는 자연스럽고 여유가 있고 나는 듯 가벼워 보이며 가벼움 속에 자유로움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목적, 이 낯선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관심을 끌어 결과에 상관없이 일단 알아나가야겠다는 강한 소명의식을 띠고 다가가는 남자의 발걸음은 뻣뻣하고 부자연스럽고 긴장으로 경직되고 때론 발걸음이 좀체 떼지지 않는 것 같은 형태로 다가가고 있는 바, 그것은 먹이를 눈앞에 둔 맹수의 태도라기보다 결초 다가가선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내재해 있는, 비밀의 사원을 향해 가는 신자 혹은 소심한 탐험가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간격은 좁혀져 있었고 다 이상 좁혀지지 않는 그 순간에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저어.....” 고대해는 사내의 ‘저어...’ 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 혹시.... 미영 씨 친구 분 아니신가요?”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미영이는 누구이며 미영이의 친구는 누구인가? 고대해는 대꾸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한 마디는 해야겠기에 아래와 같이 말하였다. “잘못 봤어요,” 더 이상 얘기해봐야 입만 아프지 무슨 말을 하랴? 그러자 사내는 우물우물하더니 “아.... 전 미영 씨의 친구 분과 너무 닮으셔서 그만...” 하고 하나의 사연이 있음을 내비쳤다. 미영인지 미국인지 자기가 아는 그 여자나 찾아 나서지 엉뚱한 여자에게 수작 부리지 말라고 한 마디 쏘아붙일 필요까지도 없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었다. 행여나 “미영씨라면.... 제 친구 중에 그런 얘가 있긴 있는데- 왜 아니 없겠는가? 세상에 제일 흔한 이름인데- ” 그렇게 나오면 “아 그렇습니까? 그 미영 씨가..” 뭐 이렇게 해서 대화가 오가며 그 미영이 맞든 아니든 끝에 가서는 “이것도 인연인데 차나 한 잔 하자”는 그 유명한 대사가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럼 여자는 시간을 확인하며 “시간이 ... ” 하고 남자는“잠깐이면 됩니다.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이렇게 나오고 “그럼 잠깐만” 하고 못 이긴다는 듯 쭈뼛하며 따라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고대해는 어떻게 나왔는가?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