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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해는 2012년에도 이러한 남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큰 흥미를 가졌으나 곧 다른 생각에 빠져들었다. 고대해는 그간 여러 사업을 벌였으나, 때로 흥하기도 하고 때로 망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엔 모든 걸 접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사진 모델을 하게 되었다. 사진 모델이라면 패션잡지 모델처럼 쭉 빠진 몸매에 짙은 화장을 떠올리겠으나 고대해가 맡은 역할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고대해는 건강한 여성의, 더 정확하게는 야성의 여성이 내뿜는 원천적인 힘과 생명력으로, 달리 말하면 여럿 남자 거느릴 그런 포즈로 남성들의 로망을 채워주는 모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성패션잡지에 이러한 보기 드문 여자가 등장함으로써 소심한 남성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지배받고 싶은 그들의 욕망을 채워준다는 데 잡지의 사명과 방침이 있었다.
고대해를 피사체로 쓰고 있는 사진작가는 인물 사진에 꽤 정평이 있는 자로 고대해를 소개받자마자 그 당당한 체구 하며 강한 턱 그리고 꿰뚫는 듯한 시선 등에서 큰 감흥을 받았으며 당장 모델 계약을 하자고 제의하였다. 하여 고대해는 새로운 분야라면 일단 도전해 본다는 원칙도 있고 해서 적당한 금액에(누가 보면 쥐꼬리만한) 계약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포즈를 취해주게 되었다. 오늘은 마침 이 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기로 했는데 작가가 좀 늦겠다고 하는 바람에 홀로 산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한 사내가 구식 수작을 붙여오고 그러고는 멀어져갔던 것이다. 고대해는 뭐든지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 탓에 사내 따위는 금방 잊고 고궁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내가 다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실비실 다가와서 한다는 말이 이러하였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