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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상기하자면 아래와 같은 예고편을 내보낸 바 있다.
- 차차 그 면모와 전모가 드러날 터 우리는 고대해의 등장에 이어 그 행적을 차차 따라가 볼 일이다. 고대해는 그럼 몸무게가 바위만 하고, 쇠사슬이라도 끊을 듯한 굵은 목이 상체에 붙어 있고, 허벅지는 대웅전 기둥을 방불케 하며 목소리는 강당을 쩌렁쩌렁 울리고 밥은 전기밥솥을 끼고 사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고대해는 몸이 여느 여인들과 비교해 실하긴 하나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굵지는 않다. 얼굴도 사납기 그지없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가운데 다소의 위엄이 서려 있는 정도다. 목소리도 보통의 진폭을 갖고 있으며 약간 찰진 것이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면 고대해가 뭐가 어떻다는 거냐? 길거리에 깔리고 깔린 그런 평범한 여자들 중의 하나가 아니란 말인가? 요즘은 보통 여자도 얼마나 빛이 나는가? 예전에는 황후나 재벌 사모님이나 그도 아니면 어느 권세가의 안방마님이나 되어야 가능한 면면의 모습과 빛깔이 오늘날엔 평범한 샐러리맨의 부인, 또는 마트 캐셔 정도만 되어도 드러나고 발현하니 나라가 발전함이 이와 같다고 하겠다. 해서 고대해의 참모습. 불교용어로 치면 진아를 알기 위해선 그녀의 외양만으론 판단이 힘들고 그 행적을 상당기간 추적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그녀의 나이, 37세라고 알아두면 되겠다. 37세면 풋풋한 젊음의 시기는 가고 - 누구에게는 젊음이 차마 떠나가기 싫어 망설이는 빛이 보이고- 중년의 문턱에 들어서기 전의 농후해진 육체의 탄력이 절정이 달할 때이기도 하다. 마음은 어디 머물 데를 쉽게 정하지 못하나- 아이가 있으면 아이에 집중할 시기이나- 체력은 아직은 본격적으로 쇠퇴하기에는 이르다. 잘 가꾸면 20대인지 알 수 없고 전혀 가꾸지 않으면 40대 중반으로 보이기도 하고, 아직은 생동감이 적지 않을 때라 하겠다. 고대해가 37세라는 건 타고난 힘이 아직 쇠하지 않았다 함이고 정신활동도 매우 왕성할 시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 보는 눈도 제법 생길 때이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적잖이 할 시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재산 모으지 못했다면 어떻게 재산을 모야야 할 지, 일과 남자 어느쪽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고민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무튼 고대해는, 길을 지나가면 남자들이 바로 휘파람을 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무언가 깊이가 있고 깊이가 또한 무게를 갖고 있으니, 함부로 갖고 놀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그녀를 알아보자.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