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는 소위 소스가 난무한다. 소스는 ‘간다, 안간다’ 하는 승부의지에 관한 것이다.
예시장에서도 말은 쳐다보지 않고 기수의 표정이나 몸동작만 살펴보는 경마팬들이 많다. 기수의 승부의지를 읽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말이 경주로에 출전할 때에도 말의 걸음걸이나 활기를 살피기 보다는 기수의 몸동작에 온통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는 어떤 말이 출전했는지 보다는 어떤 기수가 출전했는지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기승기수를 보면 마방의 승부의지를 탐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자는 ‘경마예상은 독심술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조교사의 숨은 승부의지나 기수의 경주에 임하는 자세가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주도 많다. 하지만 이는 타인의 주관적 의지를 읽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오판률이 대단히 높다. 설사 정확히 읽어낸다 할 지라도 말은 혼자 뛰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는 13두의 상대 마필이 있다. 13두에 관한 승부의지는 도외시하고 한 두의 승부의지를 읽어냈다 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중요한 몇 마리에 관한 승부의지를 읽으면 되지 다 알 필요는 없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할 지라도 경주는 시나리오 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경주결과를 좌우할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 무엇보다도 말이 따라와 줘야 하는 것이다.
조교사와 기수가 의지를 굳건히 하고 승부한다 할지라도 경주마가 부응치 못하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승부의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본질은 도외시하고 지엽적이고 종된 변수에 의존하는 태도이며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승부의지를 배제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객관화하라. 상금이 모자란다든지, 마필이 승군에 걸렸다든지, 혹은 갓 승군했다든지, 기승기수가 변경됐다든지, 훈련이 강해졌다든지 등등의 여러 요소는 객관화가 가능하고 마필의 객관적 전력에 가감요인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탐지가 불가능한 승부의지에 집착하지 않고 경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정공법으로 임할 때만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바둑에서도 정석은 배우지 않고 변칙적인 수만 두다보면 초창기 승률은 괜찮을지 몰라도 곧 기력이 정체해 발전하지 못한다. 야구에서도 투구가 변칙적인 투수로 일관한다면 그 투수는 생명이 길지 못하다. 경마에서도 정공법을 익히지 못하고 변칙적인 수단에만 의존하려고 한다면 일찌감치 그 한계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작 성 자 : 김현웅 ome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