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워눈 시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맨왼쪽)으로부터 용산지점과 관련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박원순 시장, 반대 입장 표명·주민투표 제안
법치주의 집행주체인 자치단체 정체성 훼손 지적
마사회, ‘반대 서명’ 대리서명·결함 다수 등 반박에 나서
서울시장의 용산 장외발매소 관련 발언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7월 20일 현장 민원해결 행보 차원에서 용산 장외발매소를 전격 방문하고 학교 앞 장외발매소 입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중재자적 입장에서 서야할 지자체장이 반대측 입장만을 편들면서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공기업의 사업을 가로막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박 시장은 20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 농성장과 화상경마장 내부를 둘러봤다.
이 자리에는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도 박 시장을 맞았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용산구청과 더불어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 사행성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공식적으로 처음 밝혔다. 박 시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반대측 주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박 시장은 “어떤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사전협의를 하고 들어오는 게 적절한데 그런 게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며 마사회가 주민들의 공감 없이 입점을 강행한 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화상경마장 영업 허가를 내 줄 권한이 서울시에 있는 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에 있다”며 “도박 산업이 서울 시내에 설치되는데 시장이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 주민들과 마사회 양측에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주도 하에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찬반 논란에 대해 현 회장이 "반대하는 분도 많지만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하자, 박 시장은 “그럼 서울시 선관위 주도로 주민투표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주민투표를 제안 한 것. 이에 대해 현 회장은 법적으로 어렵다고 밝히고 이미 합법적으로 승인이 난 사안이라 철회는 곤란하다고 분명히 했다.
현 회장은 용산 장외발매소 내부에 마련된 브리핑을 통해, 장외발매소 개장에 따른 이점을 설명하고 반대측 주민들이 주장하는 유해성에 대해 일반 주택과 별개인 곳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마사회는 시설을 고급화하고 주민 친화공간을 도입해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에 반대하는 12만명 주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영업을 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성장현 용산구청장도 함께 했다. 성 구청장은 “용산은 용산참사가 났던 힘든 곳으로 법적으로 옳다고 해도, 도박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안 해야 하는데 아이들도 하지 말라는 데도 밀어붙이면 어쩌느냐”고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박원순 시장의 용산 장외발매소 방문시 찬성측 주민 일부가 면담을 요청해 “마사회 건물이 들어옴으로 인해서 이 일대 상권이 살아난다”며 정상 개장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서울시가 20일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영업과 관련한 서울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한데 대해, 보도자료 내용 중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가 있다며 이를 정정하는 해명보도자료를 냈다.
마사회가 용산 장외발매소 이전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 마사회는 ‘동일지역 내 이전으로 주민동의서 제출의무가 없음에도, 마사회는 이전 재개장을 위한 주민과의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12만여 주민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용산구청이 주도한 12만 명 서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동일 필적에 의한 대리서명으로 의심되고, 서명 부재 등 치명적 결함이 다수 발견되어 용산구민의 진정한 의사표시로 간주할 수 없다’며, ‘반대측의 억지논리에도 불구하고 1년여에 걸친 설득을 진행해왔다. 교착국면 해결을 위한 최선의 대책으로 시범운영이 불가피했음을 간과하고 일방적 개장이라는 주장은 사실 왜곡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주민을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은 대화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반대대책위 측은 무조건적 반대만을 일삼고, 시범운영 초기 물리력을 동원하여 정문을 가로 막아서고 직원 출입마저 저지하는 위법행위를 일삼은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이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집행해야 하는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의견 개진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으로 일정부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으로 기대되던 용산 장외발매소 관련 진통은 반대측이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한 법원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서울시 등 정치인사들이 반대측 입장을 옹호하면서 오히려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 장외발매소 개장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서울시를 책임지는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계속해서 사회적 문제가 지적된 장외발매소가 자신의 집 옆에, 그리고 자식이 다니는 학교 부근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할 부모가 없다는 점에서 반대측의 입장도 이해하고, 법적 하자가 없는 가운데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해 지은 건물을 1년여 동안 놀리면서 유지관리비를 써야하는 마사회 입장에선 최대한 양보한 것이 시범개장을 통한 문제해결을 하겠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고 밝힌다. 다만 법적 하자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직원을 동원하고 무료입장으로 입장객을 끌어 모으는 마사회나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전에는 무조건 안 된다며 법원의 화해권고마저 거부하는 반대측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임종석 정무부시장의 용산 장외발매소 방문을 통해 서울시가 중재자로 나설 뜻을 밝힌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대측 입장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자치단체장의 책무를 내던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용산구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건축허가 등 법적으로 마사회에 우호적 조치를 취한 당사자인 용산구청이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발이 있자 마사회에 대한 공세로 돌아선 것은 직접적으로 사태의 해결에 앞장 서야할 본분을 잊은 처사라고 지적한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권순옥 margo@krj.co.kr 작성 2014.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