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중 심박수(1)~

경마장을 전력 질주하는 경주마의 심박수란 매우 흥미로운 분야이나, 경주 중 심박수를 기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경마에서는 경주마의 부담중량이 정해져 있고, 장구 또한 정해진 것만 착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경주 중 심박수 기록은 1969년 독일의 ‘한츠 크리치봐넥(Hanz Krzywanek)’이 한 것만이 남아있다.

일본중앙경마회(JRA)는 매년 12월, 나카야마 경마장에서 경마학교 학생들의 모의경주를 개최한다. 토요일 정오에 열리는 모의경주는 스타 기수를 꿈꾸는 학생들의 레이스를 볼 수 있어 꽤 인기가 있다. 모의경주 전 주의 금요일에는 나카야마 경마장에서 예행연습도 진행한다. JRA종합연구소는 경마학교와 나카야마경마장 등의 협조로 모의 경주 중 심박수를 기록해 흥미로운 데이터를 얻고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11월 9일 열린 ‘자키 마스터즈※’에서 관계기관의 협력 아래 심박수를 기록해, 그 성적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 싶다.

■ 평보의 심박수 변화

평보란 말의 가장 느린 걸음걸이로, 심박수는 50~90회/분 정도다. 이전 연재물에서 평보처럼 강도가 낮은 운동 시에는 심박수란 주위 환경이나 정서의 영향을 받기 쉽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평보 중인 말은 구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뒷다리의 큰 근육(중둔근 등)를 움직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말이 걷기 시작하면 힘줄과 인대에 축적된 탄성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어 더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으로 걷는다.

경마북에 함께 연재물을 싣고 있는 아오키 교수는 기수가 기승할 때 근육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근전도 기록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서는 평보로 걷고 있을 때, 기수가 기승하든 하지 않았든 근육활동에 대한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편, 네덜란드의 연구진은 트레드밀에서 평보하는 말에 세 가지 조건인 △체중 90kg의 기수가 기승한 경우 △90kg의 납을 얹는 경우 △기승하지 않는 경우로 나누어 심박수 비교 연구를 했다. 이 연구에서는 90kg의 중량부하(기수 기승과 납 적재)에도 심박수는 기승하지 않은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언뜻 생각하면 이상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과거부터 짐을 나르고 사람을 태우기 위한 사역 동물로 이용되어 온 말이 사람의 체중 정도의 무게로 큰 부하가 걸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물론 주행 속도가 빨라지면 당연히 중량부하한 쪽이 심박수는 많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 예시장에서 심박수

예시장에서 선보이는 경주마 보행 속도는 시속 4~5km 정도이며, 심박수는 50~90회/분 정도다. 전에 소개한 바와 같이 평보 등 운동 강도가 낮은 경우, 심박수는 심리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림 1]은 경마학교 학생들의 모의경주 전, 예시장에서 보이는 심박수 변화이다. 심박수는 70~100회/분 정도이며 예시를 거듭할수록 약간 침착해지는 경향이 보인다. 각 말의 심박수는 일정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이때, 예시장 주위에는 사람들이 적었고, 예시장 출입구 부근에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모여있는 방향을 향해 걸을 때 심박수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1] 경마학교 학생들 모의경주 중 예시장에서의 심박수(예시장 예시와 기수 기승. 3마리의 데이터) : 말에 따라 개체 차이를 보이나 예시장을 돌 때 나타나는 심박수는 70~100회/분 정도이고 기수 기승 시에는 심박수는 기존 심박수보다 20회/분 정도 더 높아진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기수 기승에 의한 영향이다. 90kg의 기수가 기승한 실험에서는 심박수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보다 훨씬 체중이 가벼운 기수가 기승했을 때의 심박수는 기존보다 20회/분 전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심박수 증가 이유로 체중부하만으로는 해석이 부족하고, 아마 기수가 기승하면서 심리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추정한다. 예시장 방송에서는 “기수가 타서 기합이 들어갔다” 등의 코멘트를 하는데, 이는 심박수 변화로 증명된 부분이다.

한편, 11월 열린 자키마스터즈의 예시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GⅠ대회를 방불케 했다. 자키마스터즈에 참가한 말들은 예시장 도착 후 경마팬들의 성원 속에서 잠시동안은 침착하게 예시장을 돌았다. 이후, 기수 소개 시 평소 예시장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큰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림 2]는 당시의 심박수 변화다. 그래프를 보면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박수와 함성으로 심박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2] 자키마스터즈 예시장의 심박수(예시장 도착부터 기수 기승까지. 5마리 조사분): 예시장 예시 중 심박수는 예시장에 팬이 많은 이유인지 전체적으로 모의 경주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예시에 의해 점점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수 입장 시에는 팬의 박수와 함성으로 심박수가 올라간다.

말은 매우 민감한 동물로, 갑자기 나는 큰 소리 등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예시장 등에서 박수, 함성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경마북 2008.12.14호 게재)

※자키마스터즈: 은퇴한 유명 기수들이 출전한 대회. 2007년 4월과 2008년 11월에 도쿄경마장에서 개최되었다.

감수 =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최귀철 박사
번역 = 황수인 취재 기자

히라가 아츠시

現 일본중앙경마회(JRA)의 히다카 육성목장 목장장이자 수의사·수의학박사. 1988년 경주마종합연구소에 들어간 이후 말의 운동생리학을 연구해오고 있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