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연비와 기어 체인지~

2008년,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고 그 여파로 사람들은 연비 좋은 자동차를 찾기 시작했다. 2009년 들어 휘발유 가격이 조금 내려갔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여전히 연비를 따진다.

‘운전할 때 스피드를 너무 내서 그런지 연비가 좋지 않다’, ‘가속 또는 감속이 많아 연비가 나빠졌다’고 운전자들은 말하곤 한다. 말도 달릴 때 에너지가 필요한데, 자동차처럼 효율적으로 달리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 걸음걸이와 에너지

사람은 빠르게 걸을수록 걷는 방식만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해지며 점차 뛰는 방식이 쓰게 된다. 보통 사람은 초속 2.0~2.5m(시속 7.2~9.0㎞)보다 빨라지면 ‘보행’에서 ‘주행’으로 바뀐다.

사람이 트레드밀 위에서 1.0~2.0㎧ 스피드 내에서 걷고 있을 때의 산소섭취량과 1.0~4.0㎧ 스피드 내에서 달리고 있을 때의 산소 섭취량을 측정해 보행에너지와 주행에너지 소비를 비교한 실험에 따르면, 스피드가 2.0㎧보다 느린 경우 보행이 주행보다 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으며 2.0㎧보다 빠른 스피드일 경우에는 주행이 보행보다 ​​에너지를 절약했다. 즉, 초속 2.0m보다 스피드가 빠른 경우에는 걷는 편보다 달리는 편이 에너지 절약인 셈이다. 경보는 걷는 경기라 해도 보통 달리는 스피드로 걷는다. 텔레비전 등에서 중계하는 경기를 보고 있으면 매우 힘들다는 것이 내게도 느껴진다. 어쩐지 실감할 수 있는 연구 성과다.

말도 이동 스피드가 빨라짐에 따라 걸음걸이(보법)를 바꾼다. 말은 네다리 동물이라 사람보다 보법이 복잡하며 가장 느린 스피드의 보법인 평보(平步, Walk)에서 스피드가 높아지면 속보(Trot)→구보(Canter)→습보(Gallop) 순으로 보법이 변화된다. 결과적으로 말은 기본적으로 4가지 보법을 사용한다.

■ 말의 연비와 보법 변환(기어 변속)

비교동물생리학 분야의 故 테일러 하버드대 박사는 눈부신 연구 성과로 유명한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다양한 동물에 관한 운동 시 산소운반계 기능 및 운동역학 실험으로 좋은 연구 논문들을 남겼다. 말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많으며, 그 연구 성과는 생리학 전문학술지는 물론이고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도 게재돼 있다.

호이트(테일러 박사의 연구실 학생)와 테일러 박사는 말이 트레드밀에서 천천히 걷는 스피드 (0.2㎧)부터 빠른 스피드(1.7㎧)까지 평보로 걷도록 트레이닝을 시켰다. 마찬가지로, 1.1~5.2㎧의 스피드 범위에서 속보로 주행하도록 하고 3.5~6.9㎧의 스피드 범위에서 구보로 주행하도록 트레이닝을 시켰다. 이후, 트레이닝시킨 말을 이용해 운동 중 산소 섭취량을 측정하고 이동에 필요한 코스트를 추정했다.

자동차 연비는 휘발유 1ℓ당 몇㎞를 달릴 수 있을지에 관해 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1ℓ당 10㎞ 정도라면 ‘10㎞/ℓ’로 표시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10㎞에 휘발유는 1ℓ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테일러 박사는 이동에 필요한 코스트를 말이 1m 이동하는 데 필요한 산소량으로 계산했다. 휘발유량을 산소량으로 대치시켜 생각해보면, 연비라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그림 1] 말이 1m 이동할 때 필요한 코스트를 산소량으로 표시했다(체중 1kg당). 속보와 구보 양방의 보법으로 주행한 3.6m~5.2㎧의 스피드 범위 내 코스트를 보면, 4.6㎧보다 느린 스피드인 구보의 코스트는 속보의 코스트보다 높았다. 한편, 4.6㎧보다 빠른 스피드인 구보의 코스트가 속보의 코스트보다 낮았다. (Hoyt&Taylor, 1991년 미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참고해 필자가 그림.)

호이트와 테일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동에 필요한 코스트를 계산했을 때, 비록 같은 보법이라 할지라도 스피드가 너무 느린 경우이거나 너무 빠른 경우에는 코스트가 높았다(연비가 나쁨). 즉, 가장 코스트가 적은 ‘효율적 스피드’가 있다는 것. 이 현상은 모든 보법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그림 1).

이해를 돕기 위해 말이 속보와 구보, 2가지 보법으로 주행한 3.6m~5.2㎧ 스피드 내에서의 코스트를 보자. 4.6㎧보다 느린 스피드에서는 구보의 코스트가 속보의 코스트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4.6㎧보다 빠른 스피드의 경우에는 구보의 코스트가 속보의 코스트보다 낮아졌다.

너무 느린 스피드의 구보는 연비가 나빠 쉽게 지치므로 같은 스피드에서는 구보보다 연비가 좋은 속보로 달린다. 또한, 너무 빠른 스피드의 속보는 연비가 나빠 쉽게 지치므로 같은 스피드에서는 속보보다 연비가 좋은 구보로 달린다. 말이 생각 없이 보법을 바꾸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어떤 스피드에서 어떤 보법이 가장 효율적일지를 선택해 주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마와 같은 경우는 누가 봐도 경주마가 전력 질주하고 있으나, 각 경주마의 최대 산소 섭취량이 다르다면 같은 스피드로 달려도 에너지 코스트(연비)가 다를 수도 있다.

(경마북 2009.11.15호 게재)

감수 =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최귀철 박사
번역 = 황수인 취재 기자

히라가 아츠시

現 일본중앙경마회(JRA)의 히다카 육성목장 목장장이자 수의사·수의학박사. 1988년 경주마종합연구소에 들어간 이후 말의 운동생리학을 연구해오고 있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