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속도와 에너지 공급 2 ~

경마 중 페이스 배분은 레이스 거리, 말의 주행습성, 출발대를 나왔을 때의 위치 등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같은 멤버로, 같은 틀로 다시 경마를 해도 레이스의 전개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림 1의 왼쪽 그래프(A)는 시작 직후부터 속도가 18㎧(약 펄롱 타임 11초)에서 일정하게 2분 동안 달릴 때의 에너지를 상정하고 있으나, 실제 경주에서는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 스피드가 빠르면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경마에서는 스타트 직후 1펄롱, 늦어도 2~3펄롱 만에 스피드 순으로 위치가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 후 경주 거리에 따라 스피드가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하며 레이스가 진행된다.

[그림1] 왼쪽 그래프(A)는 처음(0초)부터 마지막(120초)까지 일정 스피드로 달리는 모델로 에너지 공급 모식도다. 필요한 에너지량(막대의 높이)은 변하지 않는다. 오른쪽 그래프(B)는 실제 레이스를 고려한 모델이다. 출발대에서 나온 직후의 스피드는 느리므로 필요한 에너지양은 적다. 스피드가 빨라지면 필요한 에너지도 증가하므로 막대의 높이는 높아진다. 레이스 후반에는 스피드가 변화되어 필요한 에너지도 이에 따라 증감된다.

그런데 그림 1의 왼쪽 그래프(A).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스피드로 달리고 있다. 물론, 실제 경마에서는 볼 수 없는 모델이다. 오른쪽 그래프(B)는 일반 경주를 나타낸 모식도로 일정치 않은 속도를 보인다. 게이트에서 나온 직후의 속도는 느리므로 필요한 에너지양도 적다. 칼럼 전체의 높이가 낮다는 것은 에너지가 적다는 뜻이다. 그 후 속도가 빨라지면 당연히 필요한 에너지도 증가해 칼럼의 높이가 높아진다. 레이스 후반에 속도가 변화하면서 그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도 증감한다.

게이트에서 나온 직후의 속도는 느리다. 최초 1펄롱 타임을 보면 늦어도 13초대가 보통이며 다음 펄롱 타임은 펄롱 당 약 12초를 왔다 갔다 한다. 단, 이 연재에서 몇 번이나 언급한 것처럼 경마는 유산소 에너지 공급만으로 달릴 수 있는 정도로 쉬운 운동이 아니라서 반드시 무산소 에너지 공급도 진행된다. 그래도 유산소 에너지 공급이 역시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마처럼 유산소 에너지 공급이 풀가동하는 격렬한 운동 중 스피드가 일시적으로 빨라지는 경우, 이때 필요한 에너지의 증가분을 차지하는 것은 글리코겐의 분해와 젖산의 생산을 수반하는 무산소 에너지 공급이다. 격렬한 운동 중 피로의 원인을 하나만 꼽기는 어려우나, 글리코겐의 분해가 항진하는 것처럼 고강도 운동 시 골격근 세포에 피로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이 축적된다. 경마 후반, 승부처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전반 부분에서 피로의 축적을 가능한 회피하는 것이 좋다.

■ 초반 느린 경마와 초반부터 빠른 경마

[그림2] 왼쪽 그래프(A)는 전반이 느린 사례다. 후반에 스피드가 빨라지며 필요한 에너지량이 증가한다. 한편, 오른쪽 그래프(B)는 전반부터 빠른 전개로 진행되는 사례다. 후반부터는 필요한 에너지가 많아지므로 후반까지 스피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꽤 강한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림 2의 왼쪽 그래프(A)는 초반에 느리게 전개된 경우의 모식도다. 속도가 느린 경우 당연히 필요한 에너지양은 적다. 이러한 전개로 진행되면 많은 말이 무산소 에너지 공급 능력을 보존하며, 레이스 후반인 마지막 3~4펄롱에서는 스프린트로 승부가 정해진다. 많은 말이 여력을 남겨두고 있으므로 위치 선정 등의 차이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그림 2의 오른쪽 그래프(B)와 같이 전반에 빠른 전개로 레이스가 진행된 경우, 당연히 요구되는 에너지는 초반부터 많아진다. 대부분의 말은 전반부터 글리코겐의 분해와 항진에 따른 에너지 공급에 의존 비율이 많아지므로 레이스 후반에는 지구력으로 승부가 난다. 특히, 실력이 좋은 말과 인기마가 선행그룹에서 페이스를 진행할 경우에는 다른 말도 이를 쫓을 수밖에 없으며, 운동생리학적으로 각각의 말이 체력적으로 아슬아슬한 승부가 된다.

2009년 재팬컵은 레코드에 가까운 시간을 기록했다. ‘호릭스’와 ‘알카세드’가 이겼을 때의 레이스에 비해 전반적으로 평균 페이스는 다소 느리게 전개되었다. 3~4코너를 돌고 나서 속도가 빨라지며, 후반에는 비교적 빠른 전개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보드카(Vodka)’는 2007년, GⅠ대회인 재팬더비가 개최된 지 64년 만에 우승한 최초의 암말로 2009년 재팬컵에서도 우승했다. 서러브레드 역사상 수득 상금이 가장 많은 암말이기도 하다.

‘보드카’는 2008년 천황상에서는 2cm 차이로 들어와 짜릿한 승부를 보여주었으며 2009년 재팬컵에서도 2cm 차이를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승한 ‘보드카’는 코피를 쏟기도 해 이에 대해서는 이후 연재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경마북 2009. 12. 27호 게재)

감수 =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최귀철 박사
번역 = 황수인 취재 기자

히라가 아츠시

現 일본중앙경마회(JRA)의 히다카 육성목장 목장장이자 수의사·수의학박사. 1988년 경주마종합연구소에 들어간 이후 말의 운동생리학을 연구해오고 있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