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 원정의 부진에도 세계로의 도전에 시금석 평가
- 마주 개별 해외도전 장려책 마련

높게만 느껴지는 세계의 경주마 벽을 뛰어넘기 위한 도전이 지난해까지 3회차를 기록한 가운데, 4두의 원정마 모두가 수준차를 뼈저리게 느끼며 한국경마의 세계와 격차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세계수준의 경마선진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경마는 결코 좌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사감위의 강도 높은 규제책 남발은 한국경마를 위기로 몰고 있지만, 최고의 레저스포츠라는 자부심과 말산업이 어려워진 농촌경제에 대안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위기속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초기 해외원정마를 보내면서 국내 경마관계자들은 내심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하위의 성적이 이어지자 관심과 열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경마 강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에 비해 한국경마가 흔히 30여년 뒤져있다고 말하는데, 일본조차도 경마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20여년의 시간을 노력해야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경마의 세계로의 도전이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에 불과하다.
차분히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세계의 벽은 결국 넘지못한 장벽은 아닐 것이다.
말산업육성법의 국회 통과가 기대되는 새해를 맞아 한국 경주마들의 해외원정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해외원정 계획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 ‘세 번의 도전’ 미래의 시금석 된다!
마사회는 지난 2007년 11월 발표한 ‘한국경마 발전 중장기 계획 및 국제화 추진방안’을 기초로 2009년부터 국내 경주마의 해외원정에 돌입했다.
마사회가 한국경주마의 첫 원정대상국을 미국으로 결정한 것은 검역조건과 출주환경 때문이다. 호주, 뉴질랜드, 두바이, 일본, 유럽 등은 경주마의 검역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현 상태에서 출주가 불가능하지만 미국은 일반마필과 경주마의 검역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검역조건도 까다롭지 않아 애초부터 해외원정국 1순위로 꼽혔다.
또한 미국 현지 경마장은 대부분 미국 전역에 동시중계를 하기 때문에 최소 수십만 명이 한국경주마의 출전경주를 지켜보게 되고, 기수들의 복색에 태극문양이 들어가 해외원정은 국가 인지도를 높이고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해외원정의 성과를 높이고자 지원하는 마주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제시했다. 해외 원정마로 선정되면 장기간 국내경주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우수마의 신청을 유도하기 위해 검역과 수송비용, 현지 위탁관리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매월 천만원가량의 장려금과 경마대회 입상시 상금과 별도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하지만 결과는 세계의 벽을 절실하게 피부로 느껴야 했다. 미국 원정을 추진하면서 한국경마계는 질적향상을 이뤘다는 자평을 하면서 어느정도 성적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가 높았지만 3회에 걸친 미국 원정의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당시 부산경남경마공원 국산마 1군이던 ‘픽미업’(2008년)과 서울경마공원의 ‘백파’(2009) 두 경주마가 미국 경주에 총 7회 출전하여 거둔 최고 성적은 8두 중 7위로, 미국 경주체계 중 하위 수준인 클레이밍(Claming) 경주(1~2만 달러)에나 출전이 가능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기록했다.
지난해 마사회는 걸음마부터 다시 한다는 각오로 시작한 미출주마 3두의 해외원정을 실시했는데, 가장 큰 기대치를 안고 있던 ‘코리아선’(Korea Sun)은 운송중 사망했고, ‘위너포스’가 두 번의 경주에서 9위와 6위를 기록했고, ‘파워풀코리아’ 또한 두 번의 경주에서 9위와 7위로 원정을 마감하고 말았다.
2차 해외원정이 끝난 후 원정마들의 성적 부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경주경력 등이 반영되어 제한된 경주에만 출전이 가능했던 점과 철저한 스피드 위주의 조교와 경주 전개가 특징인 미국 경마에 한국 경주마들이 전혀 적응하지 못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미출주마의 현지훈련 후 데뷔라는 새로운 시도 역시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말았다.

▲ 올해 해외원정 어떻게 되나?
마사회는 ‘한국경마 발전 중장기 계획 및 국제화 추진방안’에서 한국경마의 국제화 추진 유형으로 시행여건을 고려해 시행체가 인위적으로 주도하는 아시아형으로, 경마산업의 전반적 수준 향상과 국제적 위상 제고가 가능한 일본형의 국제화를 모델로 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 관심도 제고와 많은 참여 유도를 위해 다수의 국제경주를 치르는 복수형과 페스티벌형을 추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마사회가 구상하고 있는 국제화 추진전략은 1단계로 PARTⅡ 진입과 더불어 2012년까지 해외원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2단계로는 국제공인 Grade 경주 확보와 국제 Simulcasting 기반 조성으로 2013년 국제초청경주를 개최하는 것이고, 3단계로는 국제경주 우승 및 국내 주요 경주 개방 등으로 2016년 국제오픈초청경주를 개최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4단계에선 2020년 이후 한국경마의 PARTⅠ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원정마가 이렇다할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마사회의 국제화 추진 또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사회는 해외원정 사업의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미출주마로 국한시켰던 해외원정을 고집하기 보다는 각 개별마주의 해외원정 도전을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지난해 제주육성목장과 장수육성목장에서 육성중인 원정 대상 마사회 보유마가 100두에 달하는 만큼 올해도 미출주마 3두를 선정해 미국 원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마필관계자가 자율적으로 해외원정에 참여토록 장려하기 위해 성적에 따른 포상금 마련을 추진중이다. 그리고 그동안 원정지역인 메릴랜드주를 벗어나 여건이 우수한 다른 지역의 원정 추진도 고려중이다.
하지만 마사회가 해외원정에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마필관계자에게 우대정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그 참여도는 극히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두 번의 기존마가 원정에 나서 부진을 기록했고, 마사회가 장려책을 마련하더라도 당시보다는 지원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국내에서 검증된 마필이라면 국내 상금이 홍콩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권을 자랑하는 만큼 상금획득이 불투명한 해외원정에 나설 마필관계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마사회의 원정대상국 변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관계자는 해외원정을 위해선 국가간 검역협약이 체결돼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국가간 양자협약이기 때문에 마사회 혼자 추진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아직 국내 경주마가 진출할 수 있는 국가가 미국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바로 이런 관계로 심한 전력차를 실감한 미국을 해외원정 대상국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마사회의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향후 원정대상국 확대 및 국제화 추진 방안으로 마사회 관련담당자들이 개별접촉을 통해 검역협약 문제를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마사회는 그동안 추진 계획을 잡고 있던 해외목장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현지목장을 해외원정의 중심으로 해외원정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비추고 있다.
한편 지난해 해외원정에 나섰던 ‘위너포스’(Winner Force)는 지난해 연말 국내로 복귀한 가운데, 부경경마공원 조옥희 마주에게 올해 국내 데뷔를 준비중으로 알려졌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