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장외발매소 보도 관련해 `경마도박장`으로 매도한 조선일보에 경마 관계자들 큰 반발
- 전 현직 서초구청장 간 정치싸움에 경마 끌어들여 악의적 보도놀이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정부부처의 정상적인 승인절차를 거친 서초장외발매소 이전설치 추진에 대해 도를 넘어선 마녀사냥식의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조선일보의 행태에 대해 말산업 관계자들은 물론 경마팬마저 반발감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화) 「도심 주택가 한복판에 경마 도박장이라니…」라는 기사를 통해서, 아파트와 초등학교, 법원 등이 밀집해 있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사거리에 마사회가 운영하는 마권장외발매소 건설사업이 추진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며,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서초구청은 지난해 초 교육·주거밀집 지역에 경마 도박장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6개월 만에 번복해 갑자기 건축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고, 이 과정에서 부지의 원래 소유주인 A건설사는 1년 6개월 만에 9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 다음날인 6일에는「‘주택가 근처엔 안된다’는 방침 무시… 농림부, 경마도박장 승인」이라는 기사에서, 농림부가 마사회가 도심 생활시설 밀집 지역에 대형 도박시설을 짓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무리하게 사업 승인을 내준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건축허가를 내준 서초구가 ‘문화 집회시설 중 회의장 용도로 건축 허가한 것으로 마권발매소를 허가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8일(금)에도 후속기사를 통해, 한국마사회가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교육시설 밀집지역에 장외발매소 빌딩 건설을 추진하면서 건설시공을 맡은 A건설사에 인·허가 책임과 민원의 책임을 떠넘기는 비밀 계약서를 쓰고, 계약조건을 모두 이행하면 마사회 측이 이 땅을 1200억 원 가량에 매입해줄 계획이었다고 보도했고, 서초구청 전 간부의 설계사무소가 건축허가에 핵심역할을 했다며 의혹을 부풀렸다.
조선일보의 서초장외발매소 관련 의혹기사가 이어지자 서초구?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말산업계는 조선일보의 마녀사냥식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일보가 제기한 의혹들은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잘잘못을 떠나 `장외발매소` 또는 `지점`이라는 정확한 명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마도박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마치 경마는 도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마관련 관계자는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마치 십수년전 경마를 사회악으로 몰아가던 언론행태와 동일하다. 그동안 경마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적 경마산업에 대해 저급한 용어를 서슴치 않고 사용한 것에 대해 즉각 명에훼손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강력한 반발감을 나타냈다. 또한 “조선일보가 전·현직 구청장의 알력 싸움중 서초장외발매소 이전추진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라고 밝히고, “경마산업에 대해 무지한 특정 기자가 과거 경마를 동네북으로 삼던 언론보도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한국경마의 갈 길이 멀다고 느껴져 안타깝기만 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부가 경마공원을 찾는다고 밝힌 한 경마팬은 “우리 부부는 경마를 통해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만족을 하고 있는데, 경마도박장이라고 표현한 기사로 인해 마치 우리가 도박꾼으로 전락한 느낌을 가져야 했다.”며, “마사회나 관련단체는 왜 하루 20만명에 이르는 경마공원 방문객을 모두 도박꾼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조선일보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북 김제의 마늘밭에서 110억원대의 돈다발이 발견된 사건은 합법을 짓눌러 불법을 조장해온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불법 도박사이트로 쉽게 거액을 움켜쥘 수 있고, 감방에서 조금만 고생하면 돈방석에 올라앉을 수 있고, 범죄수익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은 허술하고, 인터넷 도박이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돼 있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강건너 불보듯하면서 신규장외발매소 개설도 아니고 이전하는 장외발매소에 대해 문제삼는 조선일보는 과연 언론기관인지 의심스럽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합법사행산업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동안 불법사행행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우리 국가와 사회를 좀먹고 있다. 2009년 합법사행산업 즉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 스포츠토토의 매출은 모두 16조5천억원이었다. 반면 사행성게임물 사설경마 등 불법사행행위의 매출액은 적게는 21조6천억원에서 많게는 88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1조6천억원-28조8천억원, 아주대산학협력단은 53조원, 기획재정부는 63조원, 국가정보원은 88조원으로 불법사행행위 매출액을 추정하고 있다.
최근 장외발매소가 없는 지역에서 인터넷을 통한 불법 사설경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조직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지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검거만 한다고 해서 사설경마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합법의 틀 속으로 끌어들여야만 불법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권구매 상한선 제도를 폐지하고 적중시 되돌려 지는 배당금의 비율을 높여야 하며 각종 세금도 인하해야 한다. 합법을 짓누르면 짓누를수록 풍선효과에 의해 불법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불법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그에 걸맞는 활동을 해야한다.
9월 본격적인 말산업육성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의 ‘경마 죽이기’ 보도는 국내 말산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