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육성·발전이 더딘 주요한 원인으로 정부 부처와 관련 단체 등 조직 구조가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현장에서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부분이라 정부 부처와 관련 단체의 향후 반응이 궁금해진다.

안중호 한국말산업학회장(서울대 경영대교수)은 (사)한국말산업중앙회가 9월 14일 개최한 정책 보고 평가의 자리에서 ‘국내 말산업 육성 발전 장애물과 해결 방안 제언’이라는 발표를 통해 위와 같은 내용을 밝혔다.

안중호 회장은 우리나라 말산업 육성 발전의 장애물로 국민의 말산업 관련 의식 미성숙과 더불어 정부 부처 및 관련 단체가 이해관계로 서로 얽혀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안 회장은 세계 10위 권의 경제력을 지닌 한국이 유독 말산업에 있어서만 후진국 수준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사업 주관기관인 한국마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여전히 먼 이유는 무엇이고 극복 방법은 무엇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안중호 회장에 따르면, 법규와 제도는 미래를 대비해 만든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정·보완됐다. 따라서 기존 조직과 제도는 새로운 시대 상황과 변화된 환경에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정부 조직은 선제적이고 보이지 않는 미래 지향적 포석을 하기 어렵다. 산업화 시대의 결과와 성과 지표는 효율성(efficiency)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인터넷과 ICT 기술의 발전 그리고 민주화·다원화 및 개성과 자율, 참여의 가치가 부각되며 효과성(effectiveness) 또한 중요한 조직 지표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효율성과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융합과 복합성을 아우르는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의사 결정이 계층화되고 수직적인 조직 구조를 지향한 관료제 같은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들 조직이 ‘자생하기 위해 난마의 뿌리를 내린다’고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안중호 회장은 획기적인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구시대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는 대신 창조적 파괴 그리고 오늘날 화두가 되고 있는 소위 규제 혁파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대표적인 예로 안 회장은 말산업육성법의 주요 축인 승마 활성화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언급하며 규제 관련 법규가 농림부·환경부·건교부·보건부·문체부·교육부 등과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같은 부처에서조차 부서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즉, 담당 공무원들이 대승적 관점 대신 ‘법대로’ 진행하는 분편화된(fragmented) 접근을 하는 문제 역시 지적됐다.

따라서 애당초 말산업육성법 추진체는 특정 부서가 아니라 범부처 조직으로 출발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6차 산업인 말산업은 생산 육성뿐 아니라 유통과 활용, 서비스업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어촌 소득 증대 지원이라는 과시성 행정을 선호해 피해는 말산업 현장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안중호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말산업과 관련된 정부 부처 의사결정권자들과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최고심의의결기구, 말산업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방향성과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다. 부처와 관련 단체, 산하기관 등 정부 조직은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자기보호에만 급급한 형국이다. 서로 책임지기 싫어한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내 업무가 아닐까라는 핑계 찾기에 급급하다. 모험과 도전을 회피하다보니 발전하기 힘들다. 그저 지키려고만 할 뿐 새로운 영역을 찾아 확대 생산하는 일을 게을리할 수밖에 없다. 여러 차례 애기했듯이 말산업 육성은 창조 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때문에 그렇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관광체육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말산업육성을 논의해주길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