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영 작가, 『닭답게 살 권리 소송 사건』 신간 출간
동물 학대·복지에 관한 공적 논의 시작 알리는 수작
경주마, 동물원 동물, 실험 동물에 관한 이야기 담아내

얼마 전 세간을 뜨겁게 달군 꽃마차 말 학대 사건 이후 동물 학대와 복지 마련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서적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 쓰는 일만큼 동물을 좋아하는 예영 작가가 그림 작가 수봉이와 의기투합해 출판한 『닭답게 살 권리 소송 사건: 빼앗긴 권리를 되찾으려는 동물들의 고발장』(뜨인돌어린이, 2015)이 바로 그 책이다.

구제역 파동과 조류 독감으로 농가 가축들이 살처분되고, 모피용으로 남미에서 수입된 ‘뉴트리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포획전담반까지 꾸려 무차별 사살하고 있는 요즘,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동물들은 “인간들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할 권리가 있는가”라고 말할 법 하다.

책에서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명은 불필요한 고통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단지 인간과 의사소통 수단이 같지 않아 이런 슬픔이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없는 동물들의 고통, 인간에 의해 행복할 권리를 빼앗긴 동물들의 목소리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동화 형식으로 구성됐다. 유기견 킁킁이는 강아지 탐정과 주고받는 편지글 형식으로, 실험실 토끼는 안락사당하기 전 하루 동안의 실험실 보고서로, 산란닭은 사람을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하여 재판정에서 자신이 겪는 끔찍한 대우를 낱낱이 폭로한다. 또한 올가미에 걸려 모피 농장에 잡혀 온 밍크 까망이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특히 경주마와 관련된 부분도 2부에 걸쳐 소개돼 있어 관심을 끈다. 경주마 전력질주의 첫째 주 일요일, 누구를 위해 달리나 ‘경주마’ 외에도 강아지 탐정이 전하는 킁킁이의 안부, 거리를 헤매는 또 하나의 가족 ‘유기견’,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죽다 ‘화장품 실험동물’, 감옥 속에서 알을 낳다 ‘산란닭’, 갇혀 있는 삶은 불행하다 ‘동물원 동물’ 등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학대받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동물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책 일부를 톺아보자. “한 번 경주를 뛰고 나면 몸무게가 10㎏ 이상 빠질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크다. 한 번의 질주에 모든 힘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 한 3~4일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지내게 될 거다. 그리고 체력을 회복하기까지 보름이나 되는 시간이 걸릴 거다. 그렇게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면 다시 또 경주에 나가기 위한 훈련을 시작할 거다. 훈련과 경주의 끊임없는 반복, 그게 경주마의 일상이다. 아무리 몸이 아파도, 아무리 경주가 하기 싫어도 짜인 스케줄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게 우리 경주마의 삶이다.” (p.126)

“이번 실험 어때?”
“눈이 먼 토끼들이 10%, 화상 입은 토끼가 20%예요. 화장품 속에 든 화학성분이 너무 독한 것 같아요.”
“음, 그럼 성분을 낮춰야겠군. 실험을 안 하고 그대로 판매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이제 얘들은 어떻게 하죠?”
“전부 안락사시키고 그중에 눈이 먼 토끼들은 안구를 적출해서 검사하도록!” (pp. 80~81)

작가 예영 씨는 2014년 동서문학상 소설 부분을 수상한 이후 『지구촌 곳곳에 너의 손길이 필요해』, 『우리나라 곳곳에 너의 손길이 필요해』, 『칸트 아저씨네 연극반』, 『이현세의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1~6권), 『만화 문화유산 답사기』(서울·경기·제주도), 『달력 속 살아 있는 세계사』 등을 출간했다. 작가의 말에서는 “동물의 권리에 관해 쓸 자격은 없어도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경마장, 동물원 등을 찾아다니며 현장을 보고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며, “알아야 할 의무에서 멈추지 말고 실천해야 할 책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 첫 번째 실천이 바로 동물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었다고.

『염소 똥은 똥그랗다』, 『직독직해로 읽는 어린 왕자』 의 그림작가 수봉이가 그림을 그렸고, 서울특별시 수의사회 상임이사, 반려동물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홍석 리베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이 감수를 맡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파견을 나가 있는 렛츠런한국마사회 박경원 수의사도 이 책이 완성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후문.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며, 동물 복지는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인간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있는 『닭답게 살 권리 소송 사건』 은 반려동물 등록제, 동물원법, 동물 실험 반대법,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학대당한 꽃마차 말, 제2의 ‘깜돌이’ 비극이 없어지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 닭답게 살 권리 소송 사건: 빼앗긴 권리를 되찾으려는 동물들의 고발장, 뜨인돌어린이, 2015. 11,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