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 경마를 더 재미있게

경마란 무엇일까? 돌아오는 답변은 다양하다. 마사관계자는 “스포츠다”라고 할 것이고 경마팬 사이에서도 갬블파와 스포츠감상파로 나뉠 것이다.

갬블이라고 말해도, 행운의 숫자를 결정하는 것과 말을 보지 않고 마권을 사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보통 마권을 구매할 때에는 출전마의 과거 전적을 모아 분석하고 결승선 통과 시간이나 예시장에서 마체나 걸음걸이를 보고 구입한 마권에 기대를 한다. ‘추리를 즐기는’ 갬블이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마팬에게는 마권 적중 시 추리가 제대로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또한 찾아온 행운에 기뻐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권을 빼더라도 경주마가 달리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주로를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달리는 경주마의 아름다움은 ‘달리는 예술품’이라 부를 만하다. 경마팬에게는 각각 즐기는 방법이 있다.

팬의 관점에서 경마를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보자. 축구와 야구, 골프 등의 프로스포츠 팬의 대부분은 그 스포츠를 직접 해본 사람이 많아 전문적 기술의 대단함과 수준의 높이를 알 수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갬블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스포츠가 방영되면 TV의 철야 관전도 당연하게 여긴다. 경마팬 중에서 실제로 말을 탄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기수의 기술, 그의 어려움과 숨겨져 있는 테크닉을 아는 사람을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실제로 일반 경마팬이 경마의 진수를 이해할 정도로 기승경력을 쌓기는 쉽지 않다.

기승 경력이 없는 경마팬도 경주마의 달리기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이상적인 경마를 보고 즐길 수 있다. 승리마를 예측할 수 있고 추리의 폭과 깊이도 달라진다. 앞으로 “경마를 더욱 재미있게”라는 주제로 경주마의 스포츠과학에 대한 해설을 시도하려 한다. 그러나 이 칼럼을 정독하는 독자들의 마권 적중률이 높아지는 것은 독자 자신의 추리력과 노력 여하에 달렸다.

~서러브레드의 스피드~

■ 운동생리학과 경마

‘딥임팩트(Deep Impact)’의 주행은 아직도 경마팬 사이에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주행에서도 특징적이고 재미있는 폼을 가진 것을 포함해 주행 기록도 우수했다. 일본더비에서도 2분 23초 3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봄의 천황상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2010년 당시) 순간적인 스피드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뛴 아리마 기념경주에서는 최종 코너에서의 스피드가 순간 1펄롱(furlong, 약 200M)을 11초로 뛸 정도로 굉장히 우수했다.

서러브레드가 최고 스피드로 달릴 때는 근육과 심폐기능이 매번 한 번씩 움직인다. 운동생리학이란 운동할 때 몸의 여러 가지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전력으로 달릴 때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과 숨이 막히는 것은 모두들 경험이 있겠지만, 심장과 폐의 움직임을 눈으로 본 적은 없어 상상하기 어렵다.

서러브레드 경주마의 능력발휘에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폐기능을 중심으로 운동생리학적으로 해설하고 싶다. 때로는 어려운 설명이 될지도 모르지만 양해를 바란다.

■ 동물계의 대표 주자

서러브레드는 지구 상 많은 동물 종류 중에서도 최고로 우수한 주자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동물은 치타다. 일설에 의하면 최고 스피드는 시속 110Km에 달한다고 한다. 보통 야생동물들은 전력 질주할 때에도 지그재그로 달리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주행 속도를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만 그만큼 빠르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여하튼, 상당한 속도이긴 하지만 기껏해야 치타의 최고속도는 10~20초간만 가능하고 그다지 긴 시간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초단거리 질주의 전문가다. 반면 주행 속도도 빠르고 또한 지구력을 겸비하고 있는 북미의 영양과인 가지뿔영양(prong horn)은 매우 우수한 주자다. 최고 속도는 시속 90Km이며 시속 70Km 이상도 몇 분 동안 달릴 수 있다.

야생 동물 경주로 우열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주행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어려우며 그 속도로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남자 육상 선수의 최고 속도는 2015년 현재, 100m에서 시속 37.58Km(9초 58), 마라톤 시속 20.52Km(2시간 3분 38초)다. 전자는 1펄롱에 19.2초, 후자는 35.1초다. 주행 시간을 생각하면 마라톤도 의외로 빠른 기록이다.

인간 이외에 스피드로 경쟁하는 동물은 극히 적다. 경견(競犬)으로 유명한 그레이하운드는 시속 65Km를 넘는 스피드다. 타조도 의외로 빠르며 시속 60Km 정도로 주행할 수 있다.

■ 더비에서의 스피드

스피드를 경쟁하는 동물의 대표선수는 서러브레드가 있다. 경주마의 무대가 되는 더비경주에서의 스피드를 보면 켄터키 더비의 기록을 가진 ‘세크리테리엇(Secretariot)’이 시속 60.7km의 평균 스피드로 10펄롱을 달렸고, 일본더비의 기록을 가진 ‘킹 카메하메하(King Kamehameha)’가 2400m를 60.3Km로 달렸다. 과거의 두 더비의 평균 스피드를 보면 연간 한계에 가까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속으로 거의 60Km의 스피드로 2~3분 달리는 것은 확실히 스피드와 지구력을 겸비한 뛰어난 동물이다.

다음 시간에는 스피드와 주행타임부터 시작해 경마가 어떤 스포츠인지 알아보자.

(`연재를 시작하며` 경마북 2008. 1.6 게재. “경주마의 마음” 아오키 슈운, “경주마의 기술” 쿠스노세 료, "경주마의 몸” 히라가 아츠시 공동 저자. `서러브레드의 스피드` 경마북 2008.1.20 게재)
감수=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최귀철 소장
번역= 황수인 기자

1) 딥임팩트: 2005~06년 일본더비, 아리마 기념경주를 비롯해 각종 대회를 휩쓸어 일본 경마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말. 현재는 일본 씨수말 1위.
2) 일본더비: 잔디 2400m GⅠ. 일본 경마의 대표 대회.
3) 봄의 천황상: 잔디 3200m GⅠ. 봄과 가을로 나뉘어 개최된다. ‘딥임팩트’는 2006년 경주에서 3:13.4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4) 아리마 기념경주: 잔디 2500m GⅠ. 연말에 개최되어 한 해의 경마를 되돌아볼 수 있는 경주로 알려져있다. 2006년, ‘딥임팩트’는 2:31.9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5) 경마북에 게재되던 2008년과 2015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2015년의 세계 기록으로 바꾸어 기재되었습니다. 2008년의 세계 기록은 100m가 9초 74, 마라톤이 2시간 4분 26초였습니다.
6) 켄터키더비: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벨몬트 스테익스와 함께 미국의 삼관경주 중 하나.
7) 세크리테리엇: 1973년 최초 미국 삼관마. 켄터키 더비 우승 기록은 1:59.2다.
8) 킹 카메하메하: 현재 일본 씨수말 2위. 2004년 일본 더비 우승 기록은 2:23.3이다.

감수 =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최귀철 소장
번역 = 황수인 취재 기자

히라가 아츠시

1959년생. 수의사이자 수의학박사로 현 일본중앙경마회(JRA)의 히다카 육성목장 목장장이다. 1988년, 경주마종합연구소에 들어간 이후 말의 운동생리학에 대해 줄곧 연구해왔다.

≪수의사 히라가의 “경주마 운동생리학” 리스트≫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