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에서 폐암으로 전이돼 오랜 기간 암투병중이던 천창기 조교사가 5월2일(수) 오후 1시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향년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경마관계자들은 물론 많은 경마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기수시절 폐암으로 전이되면서 수술후 암투병을 거쳐 조교사로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제2의 경마인생을 펼쳤던 천 조교사는 그러나 또다시 암이 재발되어 장기간 사투를 벌여왔으나 지난 2일 끝내 병마를 털어내지 못하고 영원히 경마팬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

故 천창기 조교사는 기수시절부터 ‘경마대회의 사나이’로 불리웠다. 천 조교사가 처음부터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다. 87년 뚝섬에서 경주로에 데뷔한 그는 소위 ‘잘 나가는’ 동기들이 10승을 올리는 등 화려한 성적을 올리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첫 승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30전을 넘기고 나서야 드디어 ‘강진’이라는 호주산 거세마로 첫 승을 올리고 본격적인 기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후에도 천 조교사는 1996년까지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그는 한해 35승을 거두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였고 1999년부터 꾸준하게 30승을 넘어서는 성적으로 경마팬 앞에 우뚝 섰다. 당시 그는 이러한 변화에 촉매제가 된 것이 1996년 3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아일랜드로의 유학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천 조교사의 경마장 생활에 큰 전환점이라 할 수 있던 것이 바로 2002년이다. 수년간 꾸준하게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지만 유독 경마대회와의 인연은 없었다. 그가 평소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잔뜩 기대를 가지고 코리안더비에 나섰던 ‘단심’의 목차 2위다. 그리고 또 한번의 아쉬운 기억은 1997년 문화일보배에서 ‘당대제일’로 2위를 한 것이다.

천 조교사에게 경마대회의 갈증을 풀어준 것은 그에게 3백승을 안겼던 ‘미러클윈’이었다. 2002년 드디어 굿데이배 경마대회에서 생애 최초 우승을 안겨주었다. 그 해 천 조교사는 무려 4개 경마대회 석권이라는 활약으로 일약 ‘경마대회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게 됐고, 2003년 2회, 2004년 6회 우승이라는 대활약을 거듭하면서 기수시절 총 경마대회 19회 우승기록을 남겼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천 조교사는 지난 2006년 ‘87년 데뷔후 정확히 20년 만에 한국경마사상 8번째로 영예기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후 그는 마방대부 1순위를 부여받으며 조교사로 새출발의 꿈을 키웠지만, 정기검진에서 폐암이 발견되었고 기수로서의 생활을 중단하고 수술을 거쳐 암투병에 온 힘을 기울여야 했다.

1년여의 암투병 이후 조교사로 경주로에 복귀한 천 조교사는 자신이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더욱 한국경마의 발전에 앞장선다는 각오로 조교사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것이 발견되었고, 오랜기간 경주로에 돌아오기 위해 병마와 싸웠지만 끝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모든 경마팬과 경마관계자들은 뚝섬시절 한국경마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 무렵부터 한국경마의 최고 부흥기에 대활약을 펼치며 한국경마사에 적지않은 족적을 남겼던 故 천창기 조교사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며, 고인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하고 있다.

제주에서부터 시작된 경마부정 파문이 서울경마공원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프로정신으로 똘똘뭉쳐 기수와 조교사로서 모범을 보인 故천창기 조교사를 잃은 아픔이 크다. 남아 있는 조교사와 기수는 공정성이야말로 경마창출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