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1일 춘분을 맞은 토요일 분노한 경마팬들의 항의로 렛츠런파크 서울의 3경주와 4경주가 연이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인은 2경주 우승마의 실격처리 때문이었다. 국6군 12두가 출전한 제2경주는 ‘아르고위즈덤’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후검량에서 1위마의 부담중량이 전검량 당시보다 2.2kg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사회의 설명에 의하면 ‘아르고위즈덤’에 기승한 김동수 기수가 2경주와 3경주에 연속으로 기승했는데 2경주와 3경주의 안장을 바꿔 경주마의 등에 얹은 것이 원인이었다. 김동수 기수가 부여받은 부담중량은 2경주 53kg, 3경주 51kg이었다. 경마시행규정에 따르면 경주에 기승하는 기수는 해당 경주 출발시각 50분 전 까지 공표된 부담중량으로 전검량을 받아야 한다. 다만, 2회 이상 연속하여 기승하거나 기수변경으로 기승하게 될 경우 혹은 그 밖에 검량위원이 부득이한 사유라고 인정한 때에는 별도로 정해 진 시간에 전검량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김동수 기수는 2경주와 3경주에 해당하는 전검량을 별도로 받았고 이후 관계자들이 안장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긴 것이다.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 발생했다. 경마를 시행하는 한국마사회의 해당 관계자는 물론이고 경주마의 조교사 기수 관리사의 업무태만이 부른 참사였다.

경마시행규정 제61조 3항에 따르면 후검량이 전검량보다 1kg을 초과하여 부족할 경우 실격처리된다. 공정경마를 위한 기본적인 규정이다. 이에 따라 2.2kg이 차이 났던 3번마 ‘아르고위즈덤’은 실격 처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해당 경주는 심의경주로 지정됐고 심의 결과 3번마 실격, 2위였던 함완식 기수의 ‘강남굴’이 우승마가 됐다.

그러나 많은 경마팬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소 길어진 심의 과정에서 마권을 찢어버린 적중 경마팬들과 3번과 관계된 마권을 구매한 경마팬들의 한데 어울려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다. 일부 경마팬은 경주로로 뛰어들기도 했다. 경마를 당장 중단하라는 외침이 장내를 가득 메웠고, 100여 명의 팬들이 결승선 앞에 몰려들어 해결을 요구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며 현장의 날선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결국 렛츠런파크 서울의 3경주와 4경주가 연달아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마대에서는 취소된 경주의 관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태가 고조되자 렛츠런파크 서울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1시20분 김학신 렛츠런파크 서울지역본부장은 방송을 통해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3번마 ‘아르고위즈덤’에 대해 실격 전 순위도 인정하여 추가 환급을 시행할 것을 공표했다. 즉, 순위변경 후 발표된 결과에 의한 환급 외에도 추가적으로 3번마 ‘아르고위즈덤’과 관계된 적중 마권에 대해 모두 환급하면서 소요사태는 가라앉았다. 한국마사회는 2중 배당금 지급으로 많은 손해를 보았다. 공기업인 한국마사회의 손실은 곧 국가재정의 손실이다. 또 향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할 것인지의 숙제도 남겼다. 경마혁신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빚어진 사태여서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사태를 짚어보면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물론 해당 경주마 관계자 중 마주를 제외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선 2개 경주 동시 전검량을 허용한 한국마사회의 책임이 크다. 공정을 생명으로 하는 경마에서 있을 수 없는 시행규정이다.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당장 1경주씩 정확하게 전검량을 받도록 시행규정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관계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교사를 비롯한 관계자들도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연간 2천만 명에 육박하는 경마팬들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