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페로아(American Pharoah)가 3관왕(Triple Crown) 달성에 이어 세계 경마역사상 최초로 브리더즈컵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3관 경마대회는 켄터키더비, 프리크니스스테익스, 벨몬트스테익스로 이뤄진다. 3관왕을 달성한 경주마는 1978년 ‘어펌드’(Affirmed)였다. 이후 37년 동안 3관왕이 나타나지 않아 세계 경마산업 종사자들의 속을 태웠다. 그런데 올해 ‘아메리칸 페로아’가 애타는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3관왕을 달성한 ‘아메리칸페로아’의 거침없는 질주는 그치지 않았다. 한국시간으로 11월1일 새벽에 켄터키주 킨랜드경마장에서 펼쳐진 브리더즈컵 클래식에서 세계 최고마들을 당당하게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역대 그랜드슬램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경주마는 1989년 ‘선데이사일런스’(Sunday Silence)였다.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승리 후 아쉽게 벨몬트 스테익스를 놓치고 브리더즈컵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이후 ‘선데이사일런스’는 일본으로 팔려가 수많은 명마를 배출함으로써 일본경마를 세계 경마강국으로 변모시켰다. 이 밖에 3관 대회서 단 1개의 트로피라도 갖고 브리더즈컵 클래식까지 우승한 3세마는 1990년 ‘언브라이들드’(Unbridled, 켄터키더비 勝), 1992년 ‘에이피인디’(A.P.Indy, 벨몬트 스테익스 勝), 2007년 ‘컬린’(Curlin, 프리크니스 스테익스 勝)이 전부다. ‘아메리칸페로아’가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경주를 마지막으로 ‘아메리칸페로아’는 은퇴를 선언했다. 벌써부터 그의 몸값이 5천만 달러(한화 5백5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1회 교배료도 최근 가장 비싼 교배료를 받았던 ‘미스터프로스펙터’(1999년 사망. 전성기 1회 교배료 1백만달러)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년에 평균 120두 정도의 암말과 교배를 하니 ‘아메리칸페로아’는 다이아몬드 덩어리와 마찬가지다.

‘아메리칸페로아’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이번 브리더즈컵 클래식을 장악했다. 총 8두의 세계 최강마들이 출전한 경주에서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며 경주를 이끌어갔다. 내내 1마신 이상을 유지하며 전개를 풀어간 ‘아메리칸페로아’는 막판 발군의 탄력을 발휘해 6½마신 차 낙승을 거뒀다. 이는 역대 브리더즈컵 클래식의 최고 마신 차와 타이기록이다. 이전까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씨수말로 활약 중인 ‘볼포니’(Volponi)가 2002년에 기록한 것이 최고였다. 2000m의 주파기록은 2분 00초 07로, 2위권 전개를 펼쳤던 ‘에피넥스’(Effinex)가 그대로 준우승을, ‘에이피인디’의 마지막 자마 ‘오너코드’(Honor Code)가 3위를 기록했다.

클래식에서 은퇴전을 펼친 ‘아메리칸페로아’와 함께 브리더즈컵 터프에서 마지막을 선언한 ‘골든혼’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하며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번 브리더즈컵은 우리나라에도 기쁜 소식을 안겨주었다. 브리더즈컵 월드 챔피언쉽 첫째날, 두 번째 경주로 열린 터프스프린트 경주에서 우리나라 씨수말 ‘에니기븐세터데이’(Any Given Saturday)의 자마 ‘몽골리안세터데이’(Mongolian Saturday)가 우승했다. 올해 5세의 ‘몽골리안세터데이’는 잔디와 모래주로를 가리지 않고 꾸준한 전력을 보이고 있고, 그 밖에도 ‘호퍼튜니티’(Hoppertunity)와 같은 경주마들이 지속적으로 선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아버지 ‘에니기븐세터데이’를 향한 인기 또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채플로열’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입된 ‘애니기븐세터데이’는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도입추진 위원회를 구성하고, 개체 선정 및 현지 검수를 진행한 결과 미국 켄터키주에 소재한 종마목장에서 도입한 경주마다. 올해 처음으로 교배를 시작한 뒤 매년 제주도내 40여 두의 씨암말에게 종부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국 경주마들이 언젠가는 브리더즈컵 클래식은 물론 두바이월드컵에서도 우승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꿈은 이우러지라고 있는 것이니까.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