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한국경마에서는 세기의 대결로 표현됐던 ‘동반의강자’와 ‘터프윈’의 맞대결이 신예강자 ‘터프윈’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터프윈’은 서울경마공원 소속으로 부산경마공원에서 7월18일(일) 부산경마 제4경주로 치러진 부산광역시장배 경마대회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국산마 ‘연승대로’를 물리치고 데뷔 이후 전승의 기록을 세우며 8연승가도를 질주했다.

아무리 전승(7연승)의 ‘터프윈’이라고는 하지만 그랑프리 2연패 및 과부담중량을 뿌리치고 최근 12연승을 달려온 ‘동반의강자’의 명성에 비한다면 ‘동반의강자’로서는 소위 이겨도 본전(?)인 게임이었다. ‘동반의강자’의 이번 패배는 너무 허무하다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야말로 제대로 뛰고 졌다면 패배에 대해서 더 이상 이견이 없을 것이지만 뜻밖의 외측 사행성 질주로 인한 ‘동반의강자’ 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동반의 강자’의 이러한 전개는 직전 경주에서도 연출되었다. 부산광역시장배보다는 덜 했지만 4코너 선회시 크게 외측을 돌았고, 결승주로에서도 바깥쪽 펜스에 거의 붙어서 1¼마신의 신승을 거뒀다. 결국 ‘동반의강자’의 적은 자기 자신이라 할 수 있고, 차기 경주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현재로서는 더 관건이다.

향후 이들의 재대결에서 누가 이긴다 할지라도 ‘터프윈’이 ‘동반의강자’를 상대로 8연승을 이어나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터프윈’의 무적 질주는 몇 연승까지 이어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으로 있을 혼합1군 경마대회 일정을 보면 KRA컵 클래식(GⅢ)이 10월3일 펼쳐지는데 핸디캡 방식을 맞아 두 마리가 재대결을 펼칠 경우 각각 몇 kg의 부담중량이 주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반의강자’의 패배를 보면서 6월 한달 간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 전체를 뜨겁게 달구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를 생각해본다. 우리나라는 당초 목표했던 원정16강 진출을 달성했지만 다른 나라의 대회는 예상을 빚나간 경우가 많았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과거 축구황제 펠레의 예측은 대부분 빚나가 축구계에서는 ‘펠레의 저주’까지 생겨났다. 반면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다. 경마건 축구건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경마예상은 축구보다는 훨씬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 경마는 기본적으로 경주마의 능력을 70%, 선수(기수)의 기승술을 30%를 전제로 하여 분석과 추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는 100% 선수의 기량에 의존해야 한다. 물론 축구공의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어차피 똑같은 도구(축구공)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미미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축구는 선수의 기량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프로축구 리그에서 펄펄 날던 호날두, 웨인루니, 메시 등이 월드컵축구대회에서는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반면 경마는 선수의 기량보다는 경주마의 능력이 우선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산광역시장배를 두고 세기의 대결이라는 관심이 쏠렸다. 최근 12연승을 질주하며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동반의 강자’가 우승을 할 것인지 데뷔 이후 7연승 가도를 질주하며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터프윈’이 우승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는 떠오르는 신예 명마 ‘터프윈’에게 돌아갔다.

경마든 축구든 다같이 예측하기 힘든 스포츠다. 비단 경마나 축구 뿐만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