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경마 승부조작 사건이 구체적 사실로 드러나 말산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지청장 양부남)은 지난주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경마 승부조작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한 결과 조직폭력배 등이 전주(錢主)가 되고 한국마사회 보안과 직원이 경마브로커역할을 하여 과천 서울경마공원 및 제주경마공원 조교사 및 기수 등과 공모하여 조직적인 경마 승부조작 사실을 밝혀내고 총24명을 한국마사회법 위반죄 등으로 인지하였으며 그중 11명을 구속 기소, 10명을 불구속 기소, 3명을 기소중지(체포영장 발부)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2007년11월경부터 2011년12월경까지 경마브로커겸 전주인 조직폭력배, 한국마사회 직원 등으로부터 내부자정보제공 또는 승부조작의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경마종사자 11명은 구체적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하여 21개 경주를 조작하였고 그 대가로 많게는 2억원에서 적게는 수백만원까지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의 이번 수사결과는 이전까지의 경마비위 수사와는 달리 구체적인 경주에서 승부조작이 있었음을 밝히는 것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이전의 한국마사회법 위반 경마비위 수사는 경마정보제공=금품수수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주에서 어떤 방법으로 승부조작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모두 21개 경주에서 승부조작이 밝혀졌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마팬들은 어떻게 마권을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검찰이 밝혀낸 승부조작 경주내역은 다음과 같다. 2008년11월1일 제주경마 제2경주, 2008년11월8일 제주경마 제4경주, 2009년3월8일 제주경마 제4경주, 2009년9월5일 제주경마 제9경주, 2009년12월25일 제주경마 제7경주, 2010년1월30일 제주경마 제2경주, 2010년2월27일 제주경마 제2경주, 2010년5월7일 제주경마 제7경주, 2010년5월29일 제주경마 제3경주, 2010년6월11일 제주경마 제9경주, 2010년7월3일 제주경마 제3경주, 2010년7월16일 제주경마 제3경주, 2010년8월6일 제주경마 제7경주, 2010년8월7일 제주경마 제5경주, 2010년10월22일 제주경마 제7경주, 2010년10월29일 제주경마 제5경주, 2010년11월26일 제주경마 제6경주, 2010년12월4일 제주경마 제3경주, 2011년11월12일 제주경마 제1경주, 2011년12월16일 제주경마 제7경주 등 21개 경주다.

승부조작 방법은 고삐를 잡고 늘어지는 방법, 처음부터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는 방법, 늦발주, 선두와 거리를 벌여 늦게 들어오는 방법, 고삐를 잡아당겨 늦게 들어오는 방법 등으로 구체적인 범행방법을 적시하고 있다.

검찰의 이러한 수사결과에 대해 본지는 해당경주의 한국마사회 심판(재결) 상황과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만약 한국마사회의 심판결과 특이 사항이 없는 경주임에도 불구하고 승부조작 경주로 조사가 되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공정한 경주로 믿고 마권을 구입한 수많은 경마팬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스포츠의 경우 공이나 기계 등 무생물의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기의 승패는 100% 선수(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경마는 다르다. 경마는 말(馬)이라는 동물의 능력이 70%, 기수라는 사람의 능력이 30%로 결합되어 승패가 결정된다. 기수가 100% 기승술을 발휘하여 승부조작이 성공했다면 그 성공확률이 30%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마는 다른 스포츠보다 더 엄격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래야만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